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한 이후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외교 채널을 넘어 온라인·언론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양국은 역사 문제를 소환하고 상대국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등 여론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22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주일 중국대사관은 전날 X(옛 트위터)에 게시한 글에서 일본을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의 책임이 있는 군국주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 헌장에는 이른바 ‘적국 조항’이 존재한다”며 “독일·이탈리아·일본 등 파시즘 국가가 다시 침략행위를 시도할 경우 중국·미국·프랑스 등 유엔 창설국이 안보리 승인 없이 직접 군사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적었다.
이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대만을 명분으로 내세운 군사 개입 시도라고 규정하며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교도통신은 “‘적국 조항’에는 특정 국가 명칭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1995년 유엔 총회에서 조항 삭제를 요청하는 결의가 채택됐으며 일본 정부도 공식적으로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도 X 계정에 다카이치 총리가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국주의를 되살린다는 내용의 풍자 만화를 올리고 “대만 해협에 군사 개입을 암시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일본이 실제 행동에 나선다면 중국은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 성격의 ‘종성(鐘聲)’ 논평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국가 미래와 세계 안정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위험한 언행을 일삼고 있다”며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멸망한다(好戰必亡)’는 길로 일본을 끌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존망 위기’라는 표현을 앞세워 개헌과 군비 확장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이는 전후 국제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일본 국민을 다시 전쟁 위험에 놓이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일본 정부도 반격에 나섰다. 일본 외무성은 중국이 일본 여행 자제 권고 근거로 든 ‘치안 악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 자료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외무성은 “일본 내 중국인 대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중국 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무성이 별도로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발생한 중국 국적자 대상 살인 사건은 2023년과 2024년에 각 15건이었고, 올해는 10월까지 7건에 그쳤다. 강도 사건은 2023년 31건, 2024년 27건이었으며 올해는 10월 기준 21건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수치를 근거로 “중국인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이번 충돌은 논평 수준을 넘어 안보·역사·여론전으로 확전되고 있어 향후 양국 관계 악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