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검사

김수예

아버지를 기다린다

한참을 안 오신다

 

나올 것은 안 나온다고

목소리가 문밖으로 샌다

 

독서실 밑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짐받이에 방석을 깔아놓고

나를 기다리던

아버지를 기다린다

 

낯선 남자의 시선을 피하여

아버지의 괴춤에서 

나오고 있는 손을 나무란다

 

에잇, 이것밖에 못 해

의기양양하게 제일 먼저인 양

 

아버지가 아버지를 두고

몸 밖으로 흘러나온다

 

[시평]

이 시는 소변검사를 매개로 해 아버지와 시적 화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아버지라는 존재가 과거와 현재를 겹겹이 관통하며 드러나는 과정을 정교하게 포착하고 있다.

시의 첫 부분에서 화자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모습을 묘사하며, 아버지가 오랫동안 오지 않는 상황을 통해 기다림을 말하고 있다. 이 기다림은 화자의 어린 시절 독서실 밑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자신을 기다리던 아버지의 모습과 교차하고 있다. 이 대칭 구조는 부녀 관계의 시간적 변화뿐 아니라 돌봄의 방향이 역전된 순간을 보여준다. 마지막 연은 시 전체를 응축하는 결정적 문장이다. 이는 곧 노화의 현실을 직면하는 순간이자, 자식 입장에서는 아버지를 잃어가는 감정과 맞닿아 있다. 

이 시는 현실과 기억, 몸과 존재, 돌봄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며 독자에게 잔잔하고도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이도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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