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촉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한미가 14일 발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그동안 거의 매년 포함됐던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 문구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표현의 삭제를 두고 주한미군 전력 조정이나 역할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는 지난 4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CM 결과를 약 열흘 뒤 공동성명 형태로 공개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시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공동성명에서 두 장관은 “주한미군이 지난 70여년 동안 한반도에서 맡아온 핵심적 역할을 평가하고, 한반도 내 무력충돌을 방지하며 동북아 평화·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력과 태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성명에서 사용되던 ‘현재의(current)’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유지 범위가 이전보다 모호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 문구는 2008년 제40차 SCM에서 처음 등장한 뒤 2020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대부분 포함돼 왔다. 2020년 삭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교착 국면에서 한국 압박용 카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삭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국방전략(NDS)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혹은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고려되고 있다는 분석과 맞물린다.

공동성명에서는 한국의 국방비를 GDP 대비 3.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에 한미가 공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안규백 장관은 “가능한 한 조속히 국방비 비중을 GDP의 3.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2.32%로, 국방부는 2035년까지 이를 3.5%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대북 메시지 수위는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작년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북한의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강경 표현도 삭제됐다. 또한 ‘제재와 압박’이라는 단어 역시 올해 성명에서는 빠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재개 구상을 고려해 대북 압박 표현을 조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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