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장기화 속 돌파구
관광자원으로 가치높은 동해안
중러 관광객 유치 골몰하는 북
남한과의 협력 가능성은 ‘글쎄’
성공 여부는 ‘회의적’ 시각 많아
중과는 복원하고 러는 눈치 보고
관계 강화로 외교 공간 넓히는 李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최근 개장한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 이어 북부 지역에 또 다른 동해안 관광지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동해안을 따라 관광지구를 개발하려는 ‘동해안 관광벨트’ 구축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러, 북중 관계 개선만으로는 만연한 경제난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대북 제재 장기화 속에서 관광 산업을 외화 획득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인데, 과연 북한의 의도대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북 원산 이어 동해안에 또 관광지
조선중앙통신은 11일 현재 동해안 북부 지역인 함경북도 염분진 해안공원지구 건설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원산갈마지구 개장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연이은 동해안 관광지 개발은 심각한 경제난과 대북 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합법적인 외화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관광은 석탄이나 무기 거래 등과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이점이 있다.
북한은 원산갈마지구에 이어 염분진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면서 동해안을 따라 대규모 관광지구를 연이어 개발하고 있는데, 이렇게 구축된 동해안 관광벨트를 통해 관광객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특히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동해안은 잠재적인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또한 단순히 외화벌이를 넘어 지역 발전과 서비스업 육성을 연계하는 지역-산업 연계형 개발 모델을 정착시키려는 구조적 셈법과 사회주의 문명 건설의 성과를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도 간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서방권 국가들의 관광객 유치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러 관광객을 통해 연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실적 중러 관광객 유치
북한이 새로 조성하는 관광지구의 유치 대상은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일 가능성이 크다. 영국도 북한을 찾긴 하지만 제재와 방북에 대한 여행 경고 등으로 인해 다른 국가 국민들의 방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2017년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당 기간 국경이 봉쇄돼 왕래할 수조차 없었다.
2024년 2월에서야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을 시작으로 제한적 인바운드 관광을 재개했고, 최근 북러 관계 강화 추세와 맞물려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러는 북한이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서로 간 외교적 우호를 과시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깔려 있는 셈이다.
반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남한 자본으로 건설했던 금강산 관광지구의 시설물들에 대해 철거를 지시하고 독자적인 개발 노선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적대적 두 국가론 거듭 강조는 대북 관광에서도 남한과의 협력을 배제하고 독자 개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독자적인 관광 인프라와 체계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라는 근본적 한계
북한이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연이어 관광지를 조성하고 있음에도 실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을 둘러싼 외교·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북핵을 필두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긴장과 돌발적인 상황 변화는 언제든 관광객 유치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폐쇄적인 사회 구조도 문제다. 몇 안되는 서방 관광객을 통해 북한 사회의 연출된 면면이 공개되자 실제로 이미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조차 지난 7월 18일 “외국 관광 손님들을 잠정적으로 받고 있지 않는 상태”라고 북한 매체 스스로 전한 바 있다. 개장은 7월 1일에 했는데 보름 만에 중단된 것이다. 이후 8월 말에야 주로 러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설자재 및 인력 투입에 비해 국제적 수준에 맞는 서비스 품질이나 관광객 편의를 위한 인프라(교통망, 통신 등)가 완벽히 갖춰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막대한 운영비용 등 고비용 구조도 큰 부담이다.
결국 북한의 관광지 개발은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지만 근본적인 대북 제재와 외교적 환경 변화 없이는 관광 대박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시점을 저울질하며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
◆李대통령 변수에 반전 가능성
하지만 한반도 정세에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북한은 여전히 이재명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주목할 점은 이전 윤석열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한국의 위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 북한의 든든한 우방인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고 있고 러시아도 이제는 한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현실이다.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자칫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과 같은 군사적 우려 때문이다.
중러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독자적인 외교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관세 횡포를 부리고 있지만 미국 또한 한국이 주도하는 북미 대화 틀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과거처럼 중러에 의존하며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던 북한의 논리는 이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으로 인해 완전히 힘을 잃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제 미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마저도 남북 연합 형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을 북한에 압박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동해안 관광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은 남한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단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고착을 위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지자체 주도의 관광 교류는 물론, 이산가족 상봉, 통신 교류 등 남북 협력이 재개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심지어 9.19 남북군사합의의 연내 부활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