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보완 서류 제출 필요”
“반출, 데이터센터 설치 필요”
‘안보·데이터센터’ 논란 여전
올해 내 승인 결정 쉽지 않을 듯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월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월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1:5000 축척)의 국외 반출 심의를 또다시 보류했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연기된 결정으로, 정부는 구글에 추가 서류 보완을 요구하며 내년 2월 5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수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등 8개 관계 부처가 참여했다.

협의체는 구글의 신청서가 기존에 밝힌 대외 입장과 세부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확한 심의를 위해 기술적 세부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심의가 잠정 보류된다. 정부는 구글이 안보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금지에는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관련 세부 내용을 반영한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아 검토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구글에 60일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고, 이후 다시 협의체를 열어 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보류로 구글의 지도 반출 심사는 지난 5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로 미뤄졌다.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 간 관세·안보 협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아직 발표되지 않아, 최종 결정을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글이 요청한 1:5000 축척 지도는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축소해 표시한 고정밀 지도다. 이는 현재 구글이 서비스 중인 1:25000 축척 지도보다 5배 더 정밀한 수준이다. 구글은 지도 서비스의 정확성과 내비게이션 품질 향상을 위해 더 세밀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정밀 지도에는 군사시설, 발전소, 정부청사 등 주요 안보시설 위치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서버로 지도가 반출될 경우,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서 활용하려면 ▲안보시설 가림 처리 ▲좌표 노출 금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중 구글은 첫 두 항목은 수용했지만,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요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실상 거부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설치를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지도 데이터가 외국 서버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앞서 2007년과 2016년에도 비슷한 지도 반출 요청을 했으나, 정부는 모두 국가안보상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 시도지만 핵심 쟁점은 여전히 ‘데이터센터 국내 설치’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려는 목적 외에도, 향후 자율주행 서비스나 공간정보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차·드론·스마트시티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구글이 보완 서류를 제출한 이후에도 충분한 검토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최종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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