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 고1·부모 설문조사
제도 만족도 “좋다”는 4.3%
76% “진로 탐색 도움 안 돼”

고등학생들이 진로 프로그램에 참가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제공: 경기도교육청) ⓒ천지일보 2025.11.03.
고등학생들이 진로 프로그램에 참가해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제공: 경기도교육청) ⓒ천지일보 2025.11.03.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고교학점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10명 중 7명 이상이 ‘폐지’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1학기 만에 매우 높은 불만족이 표출됐으며, 정책이 본래 취지인 진로·적성 교육 대신 대학 입시의 유불리에 종속되고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학원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및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의 개편 방향으로 응답자의 72.3%가 ‘폐지’를 선택했다. 여기에 ‘축소(13.8%)’ 의견까지 합하면 무려 86.1%의 학생과 학부모가 현행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4%에 그쳤다. ‘확대’를 바라는 의견은 5.3%에 머물렀다.

1학기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결과 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낮았다. 응답자의 75.5%는 만족도가 ‘안 좋다’고 답했다. 특히 ‘매우 안 좋다’는 응답이 35.1%로 나타나 응답자 셋 중 한 명 이상이 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좋다’는 긍정적 평가는 4.3%에 불과했다.

제도가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맞춤형 교육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응답자의 76.6%는 고교학점제가 향후 진로·적성 탐색 및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더욱이 과목 선택 과정에서 67.0%가 과목 선택권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답해 제도의 기본 원칙인 ‘학생 중심 선택’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됐다.

학생들이 고교학점제 과목을 선택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68.1%가 ‘대학별 대입 유불리’를 꼽아 교육의 초점이 입시 경쟁에 맞춰져 있음을 드러냈다. ‘진로 및 적성’을 고려한다는 응답(27.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제도가 학교 적응 및 교우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48.9%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반면 긍정적 영향(5.3%)을 선택한 비율은 매우 낮아 학업 외적인 부분에서도 제도의 순기능이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게 제기됐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고1 학생 학부모는 “학교에서 주어진 과목 리스트를 보고 계획을 짜긴 했는데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안양시의 고1 학생 학부모 역시 “수강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고 선택한 과목이 아이에게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도 어렵다”며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고교학점제 관련 알림장만 받았을 뿐 시행과 관련해 참여를 할 수 있는 루트 자체가 없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제도 관련 상담에 있어서도 사교육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상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중 60.4%가 ‘학원 또는 컨설팅 업체(사교육)’를 이용했다고 답한 반면, 학교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은 26.4%에 불과했다. 이는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학교 상담보다 2배 이상 높음을 의미한다. 현재 대학 또는 고교 현장에서 고교학점제 관련 충분한 정보 및 교육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77.7%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점을 고려하면 정보 부족이 곧 사교육 의존 심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고1 내신이 불리해졌다고 판단될 경우 대입 전략으로는 56.4%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를 선택했고, 83.0%는 고교학점제가 내신 불이익을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내신 성적이 불리해진 학생들 대다수가 고교학점제의 교육과정을 통한 만회보다 수능이라는 별도의 입시 경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고1 종료 시점에 내신 상위권은 대학입시에 유리한 고교학점제 관련 일반, 진로선택 과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학교 내신이 불리한 학생은 고교학점제보다는 수능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학교 내신 유불리 상황에 따라 학생들이 고교학점제에 대한 집중도는 매우 양극화될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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