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성 전 명지전문대 겸임교수/법학박사

이틀에 걸친 주식 급락장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지난주까지 주가지수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고 언론에서는 ‘5000포인트 시대’라는 상징적 수치를 앞다퉈 언급했다. 정부는 상승장의 분위기를 경제 회복의 신호처럼 포장하며 이를 경제 성과의 지표로 삼고자 하는 듯했다.

그러나 신문 1면에 ‘블랙 수요일’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언제나처럼 호들갑이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 AI 기반 산업 혁신 추동력, 전력을 중심으로 한 기반시설 재편이라는 펀더멘탈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자체의 자연스러운 변동성에 기인한 현상으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특히 지난 화요일과 수요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4조 5천억원에 달한 대규모 매도세가 본격화하면서 급락장을 시현했다. 이를 단순한 기술적 조정으로 보기엔 그 강도가 무척 컸다. 외부 변수에 따라 언제든 불안정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장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대목이다.

주가지수의 최근 상승세는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반도체 업종의 회복 기대감,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넘치는 국제 유동성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아시아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주식시장을 자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심리도 복잡하게 움직인다. 주가지수가 상승한다는 뉴스가 있더라도 정작 자신의 계좌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면 그 반응은 달라진다. 심지어 주가지수 폭락 뉴스에 그간 소외감을 느낀 비투자자는 내심 미소를 지우기 어렵기도 하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인간 심리는 단순한 수익과 손실의 문제를 넘어서 타인과의 비교라는 심리적 구조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종종 ‘잘 사는 것’보다 ‘남보다 더 잘 사는 것’을 원한다. 같은 수준의 수익을 올렸더라도 주변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벌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고, 반대로 손해를 보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더 큰 손실을 입었다면 이상한 위안을 받는다. 이와 같은 심리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를테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조차 내 집값보다 옆 동네 집값이 더 오르면 괜히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SNS에서 남의 화려한 일상에 위축감을 느끼고, 동시에 누군가의 실패나 실수를 통해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비교’를 기반으로 한 감정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지만, 이러한 심리가 군중심리로 전이돼 시장이나 정책의 흐름에 영향을 줄 때는 복잡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의 주가지수 상승 역시 마찬가지다. 주가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뉴스는 넘쳐났지만, 그 혜택이 국민 다수에게 고르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주가지수 상승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대형 우량주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소수 대형 우량주가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일반 서민이 이들 종목에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금 여력의 차이, 정보 접근의 불균형, 변동성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지수 상승은 곧장 대다수 국민의 체감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와 달리 우리가 살아가는 골목경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동네 상권은 회복되지 않았고, 자영업자들은 매출 부진과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 있다. 

고비용과 고물가, 인건비 상승 등은 실물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와중에, 주가지수 상승 소식은 오히려 ‘나만 소외되고 있다’는 박탈감을 심어줄 수 있다.

정부가 주가지수 5000을 향해 간다며 이를 경제 회복의 상징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주가지수의 상승이 산업 구조나 기업의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닐 경우, 그 상승은 언제든 꺼질 수 있는 거품에 불과하다. 

특히 내수 기반이 약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 외부 충격은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일반 서민의 자금을 유입시키는 유도 방안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무너질 경우 피해는 결국 가장 약한 이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단순히 ‘5000’이라는 숫자를 강조하는 접근은 오히려 국민의 소외감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산업별 수출 기업의 성장률과 수출액, 기술 경쟁력 등을 비롯해 장바구니 물가상승률, 청년 실업률, 생활임금 변동률, 세금 부담률, 정부 적자 규모 등 실질적인 지표의 변화와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전력·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의 현안 역시 장밋빛이 아닌 현실 그대로를 국민과 공유하고,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성과를 포장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과 실행 계획을 제시하는 것도 더욱 시급한 일이다. 단순히 숫자로 국민의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주식시장의 급락 충격은 단순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은 정부가 책임지기 어려운 외부 변수에서 기인하기에, 그만큼 국민의 자산이 과도하게 시장에 노출되는 일은 사전에 방지돼야 한다.

주가지수는 국가 경제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나아지는 방향으로 정책의 시선이 이동해야 한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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