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위원장 “논란 될까 기회 드린다” 질의에 “확인해보겠다”
대출·보증 채무자는 “美 진출 한국 기업”… 정부 부담 논란 여전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다. 김 장관은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위원장의 거듭된 질의에 “확인해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24일 국회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이철규 위원장은 “오전 질의 마치기 전에 장관님 강승규 의원 질문에 '‘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혹시나 논란이 될까 봐 기회를 드린다”며 김 장관에게 재확인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투자’라는 말을 쓴 기억이 없다”며 “한번 체크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명확한 기억이 아니라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했다.
◆“전액 투자 아니다” 했지만… 대출·보증 부담은 韓 몫
김 장관은 앞서 미국과의 투자 협력 관련 질의에서 “3500억 달러 전체가 투자가 아니라 현금과 대출, 보증이 포함돼 있다”며 “대출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니 외환시장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대출의 채무자가 누구냐”고 묻자 김 장관은 “미국에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증 문제도 쟁점이 됐다. 이 위원장이 “보증은 누가 서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한국 정부가 보증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하는데 대출 채무자가 한국이 아니라는 말이냐”며 “국민들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 발언 논란, 정부 신뢰성 타격
김 장관의 이날 답변은 정부의 대미 투자 계획을 둘러싼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공언했다가 ‘투자라는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하는 과정에서 일관성을 잃었고 결국 ‘확인해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과 보증의 채무자가 미국 진출 한국 기업이 될 것이라는 설명은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재정 부담을 지게 된다는 점에서 ‘3500억 달러 투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투자든 대출이든 보증이든 결국 한국 돈이 미국으로 간다는 건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용어를 바꿔가며 부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