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26 한국교회 트렌드
핵심은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라’
작아도 성경적 교회가 강한교회로
AI·이주민 선교 새 물결도 주목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멈췄던 일상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온 지 오래됐지만 교계는 여전히 회복을 논하기 어렵다.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교계에서는 교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었으며 오랜 전통과 제도적 부담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는 새로운 유형의 신앙 패러다임을 발굴하고 정착할 기회로도 여겨진다.
국내 개신교 여론조사기관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는 내년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칠 교계 핵심 트렌드 10가지를 조사했다. 2026 트렌드를 위해 목데연은 지난 5~6월 전국 목회자, 이주민 선교 단체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507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①심플처치(Simple Church)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활동 위축과 개인주의 확산 속에서 기존 사역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운 전환기에 놓였다. 그러나 성도들의 영적 갈망은 여전히 깊다. 이제는 활동의 양이 아닌 ‘방향’과 ‘본질’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대한 전략적 대안으로 심플처치(Simple Church)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예배나 프로그램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역 구조를 재정비하고 본질에 다가서는 교회 운영 방식이다. 실제로 경기도 화성의 한 교회는 주일 평균 300여명이 출석하지만 전도회나 각종 조직을 두지 않는다. 대신 목회에 필요한 핵심 사역만 유지하며 단순화된 구조로 운영 중이다. 조직을 최소화하고 영혼 구원이라는 교회의 본질에 집중한 전략적 선택이다.
② AI, 목회의 코파일럿
AI 기술은 이미 목회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행정 업무를 대신하고 자료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AI는 목회자에게 ‘디지털 비서’이자 ‘코파일럿(부조종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AI를 사용한다고 답한 목회자는 80%에 달했으며 이는 2023년(41%)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치다.
AI가 목회의 보조자가 된다면 목회자는 더 본질적인 말씀, 기도, 심방 같은 더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할 수 있다. 향후 교회 내 AI 활용 분야로는 ‘행정 전산화(63.9%)’, ‘회계·예산 관리(42.1%)’, ‘예배·설교(32.3%)’ 등이 꼽혔다. 기술의 진입이 교회의 본질을 위협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회복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다.
③ 강소교회
코로나 이후 교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소형교회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규모가 작은 교회가 아니라 성경적 교회관을 구현하며 ‘작지만 강한 교회(강소교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사역 회복에 대해서도 대형교회는 회복이 더딘 반면, 소형교회는 신속한 회복세를 보였다.
강소교회의 특징은 명확하다. 첫째 목회 철학이 분명하다. 적은 인력과 예산 속에서도 ‘또 하나’가 아닌 ‘또 다른’ 교회를 세운다. 둘째 성도들이 사역의 주체로 참여한다. 교회의 몸 된 지체로서 함께 사역할 때 교회는 온전해진다. 셋째 지역 밀착형이다.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신앙을 삶의 현장과 연결한다. 넷째 공동체성이 강하다. 단순한 친밀함을 넘어 마음과 가치를 공유하는 신앙 공동체를 지향한다.
④ 청빙, 비욘드 콘테스트
목회자 청빙은 교회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다. 과거 지명·파송에서 공개 모집과 투표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설교 콘테스트’ 중심의 구조는 한계를 드러낸다. 목회자는 단순한 설교자가 아니라 영성과 성품, 섬김이 함께 검증돼야 하는 리더다.
특히 향후 10년 내 한국교회 담임목사의 2/3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대 교체형 청빙’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교회는 이제 경연이 아닌 검증으로 나아가야 하며 목회자의 인격과 비전이 조화된 새로운 청빙 문화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⑤ 호모 스피리추얼리스(Homo Spiritualis)
탈종교·탈기독교의 시대 교회 참여율은 줄었지만 영적 갈망은 여전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 활동은 위축됐으나 사람들 마음속 ‘영적 갈증’은 오히려 커졌다. 이를 반영하는 키워드가 ‘호모 스피리추얼리스(Homo Spiritualis)’다.
이번 조사에서도 83.9%가 영성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23.6%는 최근 2~3년간 영성 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응답했다. ‘비슷하다(57.7%)’ ‘줄었다(18.7%)’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말씀 중심의 신앙과 더불어 기도·묵상·영적 회복에 대한 필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⑥ 무속에 빠진 그리스도인
유튜브에서 ‘무당’ 검색 결과가 1300개를 넘고 사주·타로 채널이 각각 600~1600개에 달하는 현실은 무속의 대중화를 보여준다. 공식적으로 추정되는 무속인 수는 약 80만명으로 국내 목회자 수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번 조사에서 기독교인 중 일부가 무속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회와 신앙공동체가 채워주지 못한 공백을 무속이 대신 메우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목회자 52.2%는 원인으로 ‘기복주의 신앙’을 지적했으며 대안으로 ‘성경 중심의 신앙 교육 강화’와 ‘무속과 기독교 신앙의 차이에 대한 구체적 교육’을 제시했다.
⑦ 서로 돌봄 공동체
고령화·저출산·가족 해체로 인해 돌봄 수요는 급증했지만 가족 기능의 약화로 사회적 돌봄의 공백이 커지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돌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신앙 초보자, 조용한 성도, 남성 성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목회자나 일부 리더층이 돌봄을 전담했다면 이제는 성도 간 ‘서로 돌봄’ 문화가 핵심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목회자들의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과 전문 돌봄 사역자 양성도 시급하다. 교회는 이제 ‘위로받는 공동체’를 넘어 ‘서로 위로하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⑧ 유리천장, 여성 교역자
교회 내 유리천장은 여전히 단단하다. 여성 교역자는 역량 면에서 남성과 차이가 없지만, 현실은 기회 제한과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 동일한 조건의 여성 교역자가 전도사에 머무는 동안, 남성은 빠르게 담임목회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교회는 여성 설교를 제한하며 ‘부드럽지만 중심이 없다’는 식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오랜 수직적 권위 구조에서 벗어나 사회가 지향하는 수평적 네트워크형 공동체로 전환해야 미래 세대를 포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⑨ 헌금, 패러다임 쉬프트
선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성장과 둔화의 단계를 거쳐 현재 교세 축소기에 접어들었다. 교회 유지의 재정적 기반이던 헌금 역시 인구 감소, 고령화, 경기 침체로 전국적으로 줄고 있다. 특히 과거 ‘십일조·감사헌금’ 중심의 정기 헌금에서 최근엔 ‘선택적·비정기 헌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헌금이 단순한 의무에서 자발적 참여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헌금 문화의 변화는 목회 방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교회의 재정 운영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
⑩ 이주민 선교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외국인 인구는 전체의 5%를 넘어섰으며 이주민 선교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선교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목회자 다수는 이주민 사역을 ‘우선적 선교 과제’로 인식하면서 성경적 환대와 포용을 바탕으로 통합 사역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단·지역교회·선교단체 간 연합이 필수적이며 전문 부처 설치와 이주민 사역자 양성도 요구된다. 향후 한국 선교의 중심축이 이주민 선교로 이동할 가능성은 현실적 전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