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최근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인구 10만명당 범죄 발생 건수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청장년층이 범죄 통계에서 두드러졌지만, 이제는 고령층의 비중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세대 간 문제로 볼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급속한 고령화와 빈곤, 고립, 사회적 소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새로운 사회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 노인은 방송 인터뷰에서 “혼자 사니까 말할 사람도 없고, 괜히 싸우고 싶고, 시비를 걸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 짧은 말 속에는 외로움과 고립이 얼마나 깊은 상처로 자리 잡는지가 드러난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의 단절은 감정적 고립을 불러오고, 그것이 타인을 향한 분노나 공격성으로 표출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고령자 범죄율의 증가는 노년기 삶의 질 저하와 정서적 돌봄의 부족, 사회적 연결망의 붕괴 등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은 23.1%, 네덜란드는 4.4% 수준에 그친다. 경제적 어려움은 심리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자존감 저하와 분노 조절의 약화, 사회 규범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이유로도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렇다고 고령자 범죄를 개개인의 일탈로 치부돼서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문제는 고립과 빈곤, 단절과 불신의 사회적 구조 위에서 자라난다. 여기에 세대 간 갈등도 깊이 얽혀 있다. 젊은 세대는 경로우대나 장유유서 같은 가치를 낡은 관념으로 받아들이지만, 노년층은 자신이 소외되고 무시당한다고 느낀다.

고령자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 그리고 고령자 본인의 자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고령자 스스로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선 정서적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나 동년배 네트워크, 실버 문화 활동 등은 고립감을 완화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는 빈곤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의 현실화와 고령자 일자리 사업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단순 노동 위주의 일자리에서 벗어나 경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생활 안정 지원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세대 간 소통의 장도 많이 마련돼야 한다. 디지털 교육이나 세대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류가 이루어질 때, 세대 간 단절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노년층을 ‘과거의 사람’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봐야 하고, 고령자 역시 변화된 사회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자 스스로의 변화다. 변화된 시대를 받아들이고 ‘존경받는 어른’으로서 품격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만으로 존중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책임감과 공감 능력을 갖춘 어른만이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삶을 다시 설계하고, 사회와 함께하는 노년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고령자 범죄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사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일깨우는 경고다. 구조적 개입과 개인의 각성이 함께 이루어질 때, 고령자의 삶은 혐오와 범죄가 아닌 존중과 품격으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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