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세종=홍보영 기자] 정길상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장이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브리핑실에서 제주 한라산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 I급 검독수리 번식 둥지 발견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9.16.
[천지일보 세종=홍보영 기자] 정길상 국립생태원 복원연구실장이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브리핑실에서 제주 한라산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종 I급 검독수리 번식 둥지 발견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9.16.

[천지일보 세종=홍보영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대형 맹금류인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가 77년 만에 국내에서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최근 제주 한라산 북쪽 절벽에서 암수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함께 서식하는 둥지를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발견은 1948년 미국 육군 장교 로이드 레이몬드 울프가 경기도 예봉산에서 번식 둥지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 7월 한라산 인근에서 어린 검독수리가 구조됐다가 폐사한 사례와 지역 주민들의 목격담을 바탕으로 조사를 준비했다. 이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올해 4월부터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와 함께 한라산 북쪽 지역을 조사한 끝에 약 90m 절벽 1/3 지점에서 지름 약 2m, 높이 1.5m 규모의 둥지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망원카메라를 통해 지난 5월 이 둥지에 성조 한 쌍과 새끼 한 마리가 서식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둥지는 마른 나뭇가지를 쌓아 만든 형태였으며 안쪽에는 풀잎과 솔가지가 깔려 있었다. 연구진은 성조들이 최소 6년생 이상의 어른새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에는 새끼가 둥지를 떠난 사실을 확인했으며, 검독수리가 서식지를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같은 장소에서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검독수리는 날개 편 길이가 2m가 넘는 대형 맹금류로 국내에서는 겨울철에 간헐적으로 관찰돼 왔다. 사슴, 고라니, 토끼 같은 포유류와 오리류, 꿩 등을 사냥하거나 동물 사체를 먹는다. 1~2월에 1~4개의 알을 낳으며 약 44~45일간 포란하고, 부화 후 새끼를 키우는 기간은 70~102일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제주특별자치도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서식지 보전을 강화하고 번식 상황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며 개체 기원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 발견은 역사적·학술적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보전 및 증식·복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