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제1야당 지도부 모두 초강경파… 정국 협치 가능성 희박
정청래, 국민의힘 ‘내란 정당’ 규정… 장동혁, ‘정권 퇴진’ 선포
국회 곳곳에서 충돌 예고… 특검·예산·인사청문회 등 현안 산적
지방선거 앞두고 지지층 결집 전략, 민심 이반은 정치 불안 요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출처: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각각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지도부에 올랐다. 강경파가 여야의 얼굴이 되면서 정치 실종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협치와 타협의 정치는 자취를 감추고 극단적 대결 구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정국 키워드 “내란 정당 vs 정권 퇴진”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그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 대표와의 최소한의 인사조차 거부하고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맞서 장 대표 역시 당선 직후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 대표와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를 자처했다. 두 대표 모두 상대 정당을 정치적 파트너가 아닌 ‘제거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협상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연찬회에서도 “잘 싸우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국회 곳곳에 지뢰밭… 충돌은 예고된 수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여야는 격렬히 충돌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추천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을 부결시키자, 국민의힘은 “사전 합의 파기”라며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1일부터 열리는 정기국회에는 ‘더 센 3대 특검법’ 처리, 검찰·사법·언론개혁 입법 드라이브, 정부조직법 개편, 예산안 심사,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대립이 불가피한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사실상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모든 의제들이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협치보다는 ‘내란 척결’을 앞세워 강성 당원들의 반감을 자극했고, 장 대표 역시 강성 지지층과 손잡으며 반탄(탄핵 반대)파의 기치를 높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원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과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심보다 민심을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두 대표 모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는 정치의 중심이 ‘민심’에서 ‘당심’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장은 결집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도층 이탈과 정치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8.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8.24.

◆대통령 제안에도 대화 가능성 불투명

두 대표 모두 당선 직후 상대와의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려 했으나, 장 대표는 수락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당선 전 토론회에서 ‘정 대표에게 먼저 연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과 대통령이 “야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극적인 만남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두 지도부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악수조차 불가능한 ‘정치 공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격화할 대결

여야 모두 내년 6월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기획단을 출범해 첫 회의를 열었고, 국민의힘 역시 장 대표 지휘 아래 선거 준비 기구 가동을 예고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차기 대표 연임과 2028년 총선 공천권 확보를 노리고 있으며, 장 대표는 반(反)이재명 전선을 확대해 야권 재편을 주도하려 하는 모양새다.

지방선거 성적표는 두 지도부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승자는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지만, 패자는 곧바로 내부 갈등과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여야 모두 강경파 지도부 출범은 한국 정치를 ‘대화 없는 대결의 장’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치가 이러한 정쟁 일변도로 간다면 국민의 정치적 피로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신뢰도 회복은 결국 국민들이 느낄 경제적 안정감과 외부적인 위험요소에서 나은 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8.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천지일보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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