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위협 넘어 국가 차원 보호

생태·역사·문화 복합가치 총집

2026년 하반기 지정 신청 목표

“구불구불한 갯골을 따라 붉게 물든 칠면초 군락이 펼쳐진 소래습지는 수도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갯벌이다. 8천년 세월이 빚어낸 독특한 지형과 염생식물의 경관은 그 자체로 천연기념물급 가치를 지니며, 국가 차원의 보호가 절실하다.”소래습지 생태공원 염전 전경.(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5.08.18.
“구불구불한 갯골을 따라 붉게 물든 칠면초 군락이 펼쳐진 소래습지는 수도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갯벌이다. 8천년 세월이 빚어낸 독특한 지형과 염생식물의 경관은 그 자체로 천연기념물급 가치를 지니며, 국가 차원의 보호가 절실하다.”소래습지 생태공원 염전 전경.(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5.08.18.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인천시가 수도권 서해안의 마지막 대규모 갯벌이자 우리나라 천일염 문화의 발상지인 소래습지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률 개정으로 지정 요건과 국비 지원 범위가 확대되면서, 소래습지와 인근 공원·역사 유적을 통합한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이 본격화된 것이다.

◆20년 이어온 논의, 현실화의 길로

소래습지를 국가 차원에서 지켜내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가 4차례 개최됐고, 2019년에는 소래공원 주변 활성화 계획이 수립됐다. 같은 해 8월에는 시흥갯골과 연계한 보존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2021년 4월 시는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추진계획’을 확정했고, 2022년에는 ‘2040 공원녹지기본계획’에 국가도시공원 구상을 반영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소래A·B공원을 도시관리계획 시설로 결정·고시하며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2023년에는 ‘소래가치찾기 포럼’을 열어 해양생태, 역사문화, 지역 가치 등을 시민들과 공유했고, 같은 해 12월 국가도시공원 기본구상을 완료했다. 2024년에는 추진위원회, 시민추진단, 공원조성추진단 등을 가동하며 민·관 협력의 틀을 강화했고, 5월 특강·심포지엄, 10월 ‘인천공원페스타’ 등을 통해 시민 공감대를 넓혔다.

2025년 들어서는 환경단체와 기업, 기관이 참여한 블루카본 행사로 3만㎡ 규모의 염생식물을 식재했으며, 7월에는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싱가포르 사례를 분석하며 ‘공원도시 인천’의 비전을 모색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정 요건이 면적 100만㎡ 이상으로 완화되고 국비 지원 범위도 확대됐다. 소래습지 국가도시공원 추진은 명실상부한 법적·사회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석양을 머금은 소래습지 염전 전경.(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5.08.18.
석양을 머금은 소래습지 염전 전경.(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5.08.18.

◆복합적 가치의 보고, 소래습지

소래습지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자연해안선과 하천 자연하구를 동시에 품은 지역이다. 조간대와 염습지, 갯벌이 어우러져 어류·조류·무척추동물의 서식지가 되고, 기수역에서는 저어새·흰발농게·검은머리갈매기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300여 종 생물이 살아간다.

특히 8천년 세월이 빚어낸 사행성 급경사 갯골은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지형적 특성을 지녔다. 가을철 붉게 물드는 염생식물 군락은 천연기념물급 경관으로 손꼽힌다.

역사적 가치 또한 깊다. 1930년대 전국 염전의 60%를 차지했던 소래염전은 우리나라 천일염의 시작지로 기록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금창고와 소래포구 어시장은 지금도 당시의 문화를 전하고 있다. 또한 외적을 막기위해 고종 16년(1879)에 설치된 장도포대지는 서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으로, 강화도와 함께 유일하게 현존하는 포대라는 점에서 군사사적 가치가 크다.

◆국가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물

소래습지는 그동안 불법 매립, 난개발, 공장 가동 등으로 지속적인 훼손 위협에 노출돼 왔다. 특히 영동고속도로와 인천 주요 간선도로와 인접해 있어 오염물질 유입과 경관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면 이러한 위험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고, 국비 지원을 받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나아가 시민 여가·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관광 자원화되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 파리 라빌레뜨 파크와 같은 성공사례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소래습지는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국가도시공원 지정은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키고 세계적 해양생태·문화관광 명소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소래습지의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300여 종의 생물 서식처인 소래습지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생태 보고로 국가도시공원 지정의 필요성을 대변한다.(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5.08.18.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소래습지의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300여 종의 생물 서식처인 소래습지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생태 보고로 국가도시공원 지정의 필요성을 대변한다.(제공: 인천시청) ⓒ천지일보 2025.08.18.

인천시는 법률 개정에 맞춰 도시관리계획, 공원조성계획 등 절차를 이행해 2026년 하반기 국토교통부에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소래습지의 국가도시공원 지정은 단순히 인천의 문제가 아닌, 수도권 환경보전과 생태문화유산 계승이라는 국가적 과제다. 인천의 오랜 염원은 이제 제도적 기반을 갖춘 채 실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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