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과정 지원금 못 받아
“인건비 등 운영에 차질”
“유치원 보낼 엄두 안 나”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당장 지원비가 들어오지 않으면 보육교사 급여, 차량 운행비, 난방비, 공과금 납부 등이 어려워집니다. 단기 차입 방안까지 생각했지만 교육청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학부모에게 교육비 전액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려하던 보육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매달 20일을 전후에 내려보내는데,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서울·경기·광주·전남 지역에 예산 공백이 발생한 것. 이들 지역의 유치원·어린이집 원아는 전국(130만명)의 48.2%(64만 7000명)에 달한다.
어린이집의 경우 학부모들이 우선 카드로 지급하고 다음 달 지원금을 받기에 아직 한 달의 여유가 있다. 그러나 다음 달까지 어린이집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강원·전북·세종 등도 보육대란을 맞게 된다.
서울 강동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권복희 원장은 “벌써 ‘아이를 보낼 수 없다’ ‘입학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학부모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도 유치원 정원이 미달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데 원생이 줄어들면 유치원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이명수 원장도 “저출산 대책으로 나라에서 아이를 키워주겠다며 누리과정을 앞세워 놓고, 정치적 싸움에 누리과정을 이용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운영비가 불안하니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3월부터는 1년간 사용할 책과 교구를 사야 하는 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기 위해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특별시지회는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을 우선 지급한 뒤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어린이집까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며 “학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정치권과 관계 당국이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산 공방은 정치인들의 몫이지 교육기관과 학부모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서울시의회가 상기하길 바란다”며 “이대로 2016년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긴다면 당장 8000명의 교직원 인건비와 누리과정 교육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길 것에 대비해 교사들에게 이달 말까지 임금체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학부모에게도 누리과정 지원금 중단에 따라 부족한 납입금을 학부모들이 내야할 수도 있다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학부모들도 보육대란 앞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4살, 6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권수정(36, 서울 마포구)씨는 “이번 달부터 지원금이 끊기면 두 아이 보육료로 100만원 가까이 나가게 된다”며 “유치원에 문의해도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5살 자녀를 둔 장미연(39, 서울 강남구)씨는 “올해부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재취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리과정 지원이 끊기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친구들과의 교감을 생각하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커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