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가계대출 6조 5천억 급증
‘6.27 규제’ 전 막차효과 뚜렷
주담대 9개월 만에 최대 증가
한은 “7~8월 대출 더 늘 것”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은행권 대출 신청액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규제 발표 후 첫 주(6월 30일~7월 3일) 은행권 서울 지역 일평균 주담대 신청액은 직전 주(6월 23~27일) 일평균 신청액 7천400억원대에 비해 52.7% 감소한 3500억원대로 집계됐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 한도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며 은행권 대출 신청액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규제 발표 후 첫 주(6월 30일~7월 3일) 은행권 서울 지역 일평균 주담대 신청액은 직전 주(6월 23~27일) 일평균 신청액 7천400억원대에 비해 52.7% 감소한 3500억원대로 집계됐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달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6조 5000억원이나 증가하며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과 함께, 7월부터 시행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61조 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 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9조 20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5조 1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 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해 9월(6조 1000억원) 이후 9개월 만의 최대 수준이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5월부터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타대출은 계절적 요인으로 줄었어야 하지만, 주식투자와 생활자금 수요가 많아 전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DSR 규제 시행 직전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며 대출 증가폭이 더욱 커졌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매매거래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30~40대 실수요자의 대출 참여가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과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향후 대출 추이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규제 강화 이후 풍선효과가 지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차장은 또 “7~8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지난달 발표한 ‘6.27 대출 규제’가 향후 시장 과열 진정에 상당한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6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6조 5000억원 늘며,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주담대는 6조 2000억원이 늘며 전체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기타대출은 3000억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오히려 전월(4000억원)보다 줄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제2금융권은 3000억원 늘며 전월(7000억원)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한편 기업대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43조원으로 전월 대비 3조 6000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3월(-2조 1000억원) 이후 석달 만의 감소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3조 7000억원 줄며 감소를 이끌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1000억원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일부 대기업들이 수출대금 외화매도 대신 한도대출로 운전자금을 조달하다 이를 상환하면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은행 수신도 증가세를 보였다. 6월 말 기준 예금잔액은 2460조원으로 전월보다 27조 3000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법인자금 유입 등의 영향으로 38조 4000억원 증가한 반면, 정기예금은 7조 1000억원 줄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1조 3000억원 감소했다. MMF는 20조 5000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정부는 앞으로 지역 간 풍선효과 및 금융기관별 대출 행태를 정밀 모니터링하며,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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