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오른 소주 가격
맥주도 8개월 만에 3.1% 증가
주점 폐업 증가로 술값 인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소비 부진에 대응해 술값을 낮췄던 자영업자들이 다시 가격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외식 소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하며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외식 맥주 가격 역시 0.5% 올라,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전까지 외식 소주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외식 맥주도 지난해 12월 이후 꾸준히 내림세였다.
소매점 술 가격도 마찬가지였다. 소주 소매 가격은 16개월 하락 끝에 지난 5월 0.2% 오른 데 이어 6월에도 0.1% 상승했다. 맥주 소매 가격은 6월에 3.1% 급등,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번 술값 반등은 장기간 지속되던 ‘미끼 할인’의 종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업계가 소비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진행한 파격적인 할인 행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통상 프로모션은 1~2개월 수준이지만, 최근엔 예외적으로 길게 이어졌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서 이러한 할인과 반등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에선 지난해 6월부터 소주 가격이 하락했으며, 12월엔 -8.8%까지 급락했다가 최근 -3.1% 수준까지 회복됐다. 부산은 지난해 3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3월부터 반등에 나섰다.
이번 가격 상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나타난 변화이기도 하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 계엄 여파로 100 아래로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4월(93.8) → 5월(101.8) → 6월(108.7)로 회복 흐름을 보였다.
또한 폐업한 자영업자가 늘면서 할인 경쟁이 완화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호프집 수는 전년보다 약 8.3%(1982곳) 줄었고,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같은 달 6만 7000명이나 감소해 3년 6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자영업자들이 빚 부담과 운영난 속에서 극단적 할인 전략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복구한 셈”이라며 “정권 교체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정상화 흐름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