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서치센터 종교 지형 분석
기독교 줄고 이슬람 느는 추세
기독교 이탈 신자 무종교 유입
“종교 제도화에 대한 거부 현상
영적 공허에 대한 응답이 과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이슬람교의 핵심은 ‘의무’다. 신앙 고백(Shahadah), 예배(Salat), 라마단 금식(Sawm), 자선 기부(Zakat), 일생에 한 번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성지순례(Hajj)까지 무슬림이라면 ‘다섯 기둥(Five Pillars)’을 성실히 ‘실천’해야 한다. 이슬람에서 이 같은 신앙 실천은 내면을 정화하고 올바른 삶을 통해 천국에 이르기 위한 여정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신앙관을 바탕으로 이슬람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며 종교 지형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최근 발표된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10~2020년 세계 종교 지형 변화’ 보고서에서도 이 현상은 두드러진다. 기독교의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이슬람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의 아라파트 언덕(Mountain of Mercy)에 무슬림 순례자들이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의 아라파트 언덕(Mountain of Mercy)에 무슬림 순례자들이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이슬람 이탈률 낮고 기독교는 높아 

2020년 기준 전 세계 기독교인은 약 23억명으로 10년간 1억 2200만명 증가했으나 성장률은 10년 전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이슬람 인구는 같은 기간 3억 4700만명 증가해 총 20억명을 기록, 기독교의 세계 최대 종교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무종교 인구도 10년 새 2억 7000만명 증가해 19억명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슬람 인구의 증가 요인으로 젊은 인구 구성과 높은 출산율, 그리고 낮은 종교 이탈률을 지목했다.

이는 기독교의 높은 종교 이탈률과 상반된다.

기독교의 경우, 이탈 인구가 무종교층으로 유입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콘래드 해킷(Conrad Hackett)은 “청년 1명이 기독교인이 될 때마다 3명은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무종교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기독교 이탈로 오히려 무종교층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 퓨리서치센터, 그래픽: 천지일보)
(자료: 퓨리서치센터, 그래픽: 천지일보)

기독교 이탈 현상과 관련해 국내 교계에서는 제도화된 종교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일리굿뉴스에 따르면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독교 이탈의 배경은 단순한 무신론보다는 제도화된 종교 구조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무종교 인구에 대한 세심한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교회가 요구하는 역할, 교리, 소속감 등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결혼, 교육, 직장 등 사회 전반의 제도 회피 경향과 맞닿아 있으며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BNR, Spiritual But Not Religious)’ 세대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교수는 “이들은 교회 밖에 있지만 여전히 영적 공허와 질문을 품고 있다”며 “기독교가 신학적 깊이와 실천적 지혜로 신앙의 본질에 대한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이들이란

종교학계는 SBNR을 교회의 영적 메시지가 약화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종교 흐름으로 해석한다. 처치리더스닷컴(ChurchLeaders.com)에 따르면 SBNR 집단은 신학적 교리보다는 보편적 영성에 초점을 맞추며 절반 이상이 제도 종교가 무익하다고 여긴다. 이들은 종교가 진정한 영적 경험을 제공할 때만 의미 있다고 믿는다.

SBNR은 두 유형으로 나뉘는데 그중 하나는 영적 삶은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제도 종교는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예컨대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면서도 교회 예배에는 오랫동안 참석하지 않는 이들, 일명 ‘가나안 성도’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플로팅 크리스천(Floating Christian)’이라 불리는 ‘나홀로 신앙인’이 늘면서다. 교회에 소속되지 않고 온라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예배에 참여하거나 설교를 찾아 듣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는 팬데믹이 끝났지만 플로팅 크리스천 현상이 고착화했다는 점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현장 예배 참석자는 평균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일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는 응답은 34.1%에 그쳤고, 61.1%는 온라인 예배나 가정예배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온라인 신앙생활은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설교와 신앙 콘텐츠를 소비하며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현상을 뜻하는 유반젤리즘은 2025년 한국교회 트렌드로 꼽히기도 했다. 유반젤리즘은 유튜브(youTube)와 복음주의를 뜻하는 에반젤리즘(Evangelism)의 합성어다.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교인들 사이에선 소속 교회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목회자의 설교나 특정 주제의 콘텐츠를 선택해 듣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남 목포 신안면 섬주민인 김순자(가명, 61) 권사는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설교를 즐겨 본다면서 “TV에서는 기독교 방송사가 정한 설교만 나와서 아쉬웠는데, 유튜브에서는 내가 궁금했던 설교나 좋아하는 목사님 설교를 골라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개인적 신앙생활이 일상화되면서 한 번 교회를 떠난 플로팅 크리스천을 다시 교회에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앞서 데일리굿뉴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플로팅 크리스천의 방황을 막기 위해선 안정적인 신앙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교회가 만족스러운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전통적인 대면 예배 공동체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봤다. 정 교수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다양한 방식의 새로운 공동체를 마련하는 것이 한국교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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