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서치 ‘2010∼2020년 세계 종교 지형 변화’ 보고서
기독교 최대 종교지만 비중 감소세
무슬림 10년간 3억명 늘며 급성장
무종교층 비중 24%, 3위로 부상
불자 감소… 아프리카 기독교 급증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010년 대비 2020년 사이 전 세계 종교 분포가 크게 변화했다. 기독교 신자는 증가했지만, 비중은 줄었고, 이슬람과 무종교층은 성장했다. 불교는 감소했고, 힌두교·기타 종교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사하라 이남에서의 기독교 증가와 서구 지역의 감소가 눈에 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9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0∼2020년 세계 종교 지형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개국의 인구조사, 설문조사, 인구등록 등 2700건이 넘는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 차원에서 ‘개인의 종교 정체성 변화(개종)’가 관찰된 최초의 보고서”라고 강조했다.
◆최대 규모 종단은 기독교‧이슬람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 중 75.8%가 종교를 지니고 있다고 답했으며, 어떤 종교에도 속하지 않은 인구는 24.2%로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무종교’ 인구 비중은 2010년(23.3%)보다 1%p 늘어났다. 보고서는 무종교인이 증가 한 원인으로 기독교 이탈에 따른 여파를 지목했다.
기독교(천주교와 개신교)는 여전히 세계 최대 종단이었다. 그러나 기독교는 세계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기독교 인구는 2010년 약 21억 9천만명에서 2020년 약 23억명으로 6% 증가했으나,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에서 28.8%로 하락했다. 1.8%p 감소한 수치다.
반면 무슬림(이슬람교도) 인구는 10년 사이에 무려 3억 4700만명 증가한 20억명에 육박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무슬림이 세계 인구 중 차지하는 비중은 1.8%p 증가한 25.6%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무슬림 증가세를 “놀라운 속도”라고 진단하고, 특히 일부 지역에서 무슬림의 높은 출산율, 비교적 낮은 이탈률 등에 따른 것으로 그 원인을 분석했다.

◆기독교 청년 탈종교화가 부른 무종교인 증가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범주는 무종교인이다. 2010년 전 세계 인구의 16.3%에서 2020년 24.2%로 증가해 기독교·이슬람 다음으로 큰 종교 범주가 됐다. 무종교인 인구는 10년간 2억 7천만명 늘어나 19억명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독교 인구 비중이 감소한 것은 탈종교화에 따른 것으로 짚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종교’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전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무종교 인구가 증가한 국가는 미국(13%p↑), 우루과이(16%p↑), 칠레(17%p↑), 호주(17%p↑)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종교인이 많은 나라로, 일본을 넘어섰다. 2010년과 2020년 모두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무종교 인구가 더 많았다. 2020년 중국 전체 인구의 90%인 13억명이 무종교 인구로 파악됐다.
힌두교 인구는 1억 2600만명이 늘어난 12억명에 달했지만 세계 인구 중은 14.9%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불교 인구는 2010년 3억 4300만명에서 2020년 3억 2400만명으로 10년간 1900만명 감소한 데 그쳐 유일하게 인구가 줄어든 종교가 됐다. 세계 인구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도 0.8%p 줄어든 4.1%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 인구 중 불교 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p 감소했다.
기타 종교(바하이·자이나교·시크교 등)는 1억 5400만명에서 1억 7200만 명으로 12% 증가했지만, 전체 인구 비중은 약 2% 수준에 그쳤다.
유대인은 100만명 증가한 1480만명으로 0.2% 비중을 차지했다.

◆ 종교지형 변화 원인, 인구구조‧출산율
보고서는 인구 구조, 출산율, 기대 수명 등의 요소가 종교 성장 및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무슬림은 젊은 인구와 높은 출산율 덕분에 자연 증가 효과가 컸으며, 힌두교는 출산율이 평균 수준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비중을 유지했다. 반면 기독교는 높은 출산율에도 탈종교화 영향으로 세계 인구 비중이 감소했고, 불교와 유대교는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구 비중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도 종교분포에 변화가 있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2010년 세계 기독교인 중 약 24.8%를 차지했지만, 2020년 30.7%로 확대됐다. 반면 유럽 및 북미 기독교 인구는 각각 9%, 11%가 감소했다. 이는 사하라 이남 지역의 높은 인구 증가와 서구의 기독교 탈피 현상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기존에 발표된 조사통계가 재조정 되기도 했다. 중국,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주요 국가의 인구·종교 통계가 재분석되면서 2010년 통계가 기독교 31%, 이슬람 24%로 비중 추정치가 일부 조정됐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중 변화(±1포인트 이내)는 크지 않았다 .
보고서는 “기독교가 여전히 가장 큰 종교지만, 이슬람과 무종교층의 성장세가 뚜렷하다”며 “특히 젊은층의 탈종교화와 무슬림의 자연 증가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변화가 향후 이슬람이 기독교를 넘어 세계 최대 종교로 부상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