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2조 필수 추경 의결
하반기 경기 부진 대응 난항
일부 기관 0%대 성장률 전망
GDP 대비 나랏빚 비율 3.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5.04.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5.04.17.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정부가 12조 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지만 경기 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전쟁의 강도가 예상보다 더 세지는 데다, 원/달러 환율 불안으로 기준금리 인하도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성장력이 낮아지고 무역 등 수출 동력도 꺾이는 만큼 잠재성장률 이상 경제가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산불 피해 복구(3조 2천억원) ▲통상·AI 산업 경쟁력 강화(4조 4천억원) ▲민생 지원(4조 3천억원) 등 12조 2천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번 추경은 내수 소비 진작이나 투자 확대보다는 산불 피해 복구와 산업 안보 대응, 소상공인 피해 보전 등 ‘피해 회복’ 성격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구조적인 경기 반등을 도모하기보다는 침체한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과 기금, 공공기관 투자 등 기존 예산 집행을 조속히 추진하고, 향후 국회에서 추경의 목적에 부합하는 증액 요구가 있을 경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번 추경안이 ‘필수 추경’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돈 풀기’가 아니라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정 투입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혼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 등 통상 위기가 이미 본격화한 상황에서 재정 정책이 늦게 발표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대내외 악재에 비춰보면 이번 추경안의 규모로는 하반기 경기 부진을 막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초 정부의 전망은 1% 중반대였다”며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성장세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상당 폭의 하방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게다가 미국발 관세 충격이 있어 소비나 기업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7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관세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돼 성장 폭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12조원 추경 시 한 0.1%p 정도 경제를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가 이렇게 나빠질 때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만으론 대응하긴 어려운 만큼 양쪽이 어느 정도 공조를 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률이 낮아졌을 때 부양책을 통해서 경제성장률을 올려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 세계가 성장률이 낮아지고 무역이 안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혼자서만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가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0%대로 관측한 해외 기관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 국제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지난 1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성장률을 2.0%에서 1.2%로 대폭 하향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골드만삭스는 1.5%로,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암로)는 1.6%로 각각 전망치를 낮췄다.

이 같은 전망은 정부가 적극적인 추경을 펼칠 수 없다는 배경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12조 필수 추경을 위해 발행해야 하는 적자 국채는 8조 1천억원에 달했다. 전체 추경 규모의 3분의 2를 웃도는 수준이다. ‘필수 추경’이지만 나랏빚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2%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재정 준칙 한도(3%)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격하게 늘어난 국가채무를 고려하면 저출산 고령화 등 중장기 재정 소요를 감안해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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