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화물 줄취소”
안전 자산인 금값 고공행진
미 달러 지수 99.40선 하락
트럼프, 일본 관세담당 면담

(출처: AP 통신,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경제 전망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출처: AP 통신,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경제 전망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천지일보=방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고율관세 정책을 강행하는 가운데 미중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관세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CNN,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며 그 영향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은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고, 여기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로서 우리는 정책 입장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는 게 나은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등을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이날 세계무역기구(WTO)도 새로운 세계 경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WTO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장률은 추가 관세가 없는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성장률보다 0.6%포인트 낮을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로 미중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이날 미국 수입업자들은 해상 운송업체들이 수주 감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국에서 출발하는 화물선의 항해 취소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 회사인 HLS Group에 따르면 중국에서 총 80건의 빈 항해 또는 취소된 항해를 기록했다. 이 항공사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전쟁으로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항공사들이 태평양 횡단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요 해상 화물 동맹인 ONE은 이전에 5월에 재개할 계획이었던 칭다오, 닝보, 상하이, 부산, 밴쿠버 및 타코마 항구를 포함하는 노선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했다. 한편, 기존 노선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기항을 취소할 계획이다. 북미로의 화물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의 영향은 화물을 운송하는 항구 및 물류 회사를 포함해 경제 및 공급망의 많은 연결 고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미주 지역 최고 투자 책임자인 솔리타 마르첼리(Solita Marcelli)는 “우리는 무역 협상이 궁극적으로 진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벼랑 끝 전술은 조만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2시 45분 기준(미 동부시간)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3.61% 상승한 온스당 3338.43 달러에 거래됐다. 금 현물은 이날 한때 온스당 3350 달러선을 찍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 선물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이 온스당 3355.10달러에 정산됐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대립에 수출 규제까지 맞물리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금 가치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 미국 달러 지수는 미 동부 기준 이날 오후 3시 전후 전장보다 0.82% 떨어진 99.40선을 기록했다. ICE 달러 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두는데, 숫자가 작아질수록 달러 선호 또한 낮아진다고 해석된다.

한편 이 같은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 제외 90일간 상호 관세 유예를 한 세계 57개 경제주체 중에 일본 등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일본 무역 대표단과 막 만나서 큰 영광”이라며 “큰 진전”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을 찾은 일본 측 관세 협상 수석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등 일본 대표단의 예방을 받고 면담했다. 이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이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 등과 본협상을 진행한다. 이번 협상에서 일본 측은 우선 상호관세를 없애거나 최대한 낮춘다는 목표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작년 전체 교역상대국 중 7위인 일본과의 교역에서 685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일본에 대해 한국(25%)보다 1% 포인트 낮은 24%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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