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발의 횟수 제한 입법 필요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만장일치로 인용한 가운데,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탄핵소추안의 반복 발의에 대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나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돼야 한다는 법정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다른 회기 중에도 다시 발의하는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입법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고 밝히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넘어서는 입법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행 국회법은 같은 회기 내에서 부결된 안건을 재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회기가 다를 경우에는 제한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제418회 정기회에서 성립되지 않았고, 일주일 뒤 열린 제419회 임시회에서 다시 발의돼 통과됐다. 헌재는 이 같은 절차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정 재판관은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면 탄핵소추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직위에서 국가의 주요기능을 담당하는데, 이들에 대해 사실상 동일한 사유로 반복 탄핵소추 발의가 가능할 경우 소추대상자의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이는 국정의 혼란과 국가 주요기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추대상자가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일 경우 국정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재판관은 국회법상 임시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수시로 소집될 수 있기 때문에, 다수당이 이를 이용하면 고위공직자에 대한 무제한 탄핵소추가 가능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자칫 국회의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이를 정치적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법적 제도로서의 탄핵을 정쟁의 도구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선고요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계엄 선포 전까지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 검사,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장 등 총 2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국회와 비교해 매우 이례적인 수치로, 헌재는 “국회가 탄핵소추사유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채 법 위반의 의혹에만 근거해 탄핵심판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정 재판관은 이 같은 상황이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민의 의견 대립과 국론 분열 양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주요 소추사유에 변동이 없는 탄핵소추안의 재발의는 제한될 필요가 있다”며, “입법자는 탄핵소추의 성격과 본질, 국회의사의 조기 확정과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탄핵소추한다는 공익 사이의 형량 등을 고려해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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