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구역’이 된 헌재 앞
탄핵 선고 앞두고 삼엄
“역사적인 순간 실감나”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에 경찰버스가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5.04.0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에 경찰버스가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5.04.03.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런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오늘 결과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4일 이른 아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평소 같으면 출근 인파로 북적일 거리지만, 이날 이른 아침 풍경은 전혀 달랐다.

곳곳에 경찰이 배치됐고, 헌재 앞 150m 반경은 바리케이드와 경찰 차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 무전 소리와 발소리만이 정적을 가르는 가운데 시민들은 긴장된 얼굴로 이곳을 지나고 있었다.

출근길에 만난 최무식(가명, 30대, 직장인)씨는 “출근길에 이렇게 많은 경찰이 배치된 걸 보니,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실감이 난다”며 “평소라면 사람들이 붐빌 이 거리도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헌법재판소 방향 인도를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헌법재판소 방향 인도를 통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04.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장석진(51, 직장인)씨는 “오늘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며 “정치가 시민을 편 가르지 말고, 오늘 이후에는 좀 더 국민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명수(45, 남)씨는 “오늘은 가게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을 것 같아 쉬기로 했다”며 “이렇게까지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국민들은 안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전 7시께 왕복 4차선 도로에는 경찰 버스 수십 대가 늘어서 있었다. 서울경운학교 인근에서도 높이 쌓인 차벽이 보였고, 이후 폴리스 라인과 바리케이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헌재 주변은 사실상 ‘진공 상태’가 됐다. 헌재 정문 앞은 경찰과 헌재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근 학교 11곳은 이날 임시 휴교를 결정했고, 대부분의 상점들은 ‘임시 휴업’ 안내문을 붙이며 문을 닫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5.04.04.

헌재 반경 150m 내는 철저히 통제됐지만, 경찰 통제구역 밖 안국역 일대에는 여전히 시민들이 남아 있었다. 낙원상가 인근 천막에서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기각’을 외쳤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두른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는 작은 스피커를 들고 연설을 이어가며 긴장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연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사건번호와 사건명을 읽으며 선고를 시작할 예정이며, 윤 대통령은 직접 출석하지 않는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질서 유지와 경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