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직격탄…시멘트·레미콘 업계 ‘삼중고’에 신음
시멘트 출하량 24.8% 급감…재고는 저장 한계치 도달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레미콘·시멘트 등 건설 자재 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멘트는 수요 급감으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레미콘 공장의 가동률은 17.4%까지 추락했다. 이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29.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레미콘·시멘트 업계는 “지금 상황이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극심한 수요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레미콘 생산량은 건설경기 위축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다.
연간 생산량은 2022년 1억 4134만㎥에서 2023년 1억 3583만㎥, 2024년에는 1억 1200만㎥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동률은 21.4%에서 17.4%로 떨어지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생산량 감소 외에도 건설사로부터의 단가 인하 압박, 국토교통부의 현장 배치플랜트 규제 완화 정책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수도권 레미콘 업계는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와의 협의 끝에 1㎥당 레미콘 가격을 전년 대비 2.45% 낮춘 9만 1400원으로 결정했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중소 레미콘 업체는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소폭 인하에 동의했지만, 경영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토부가 건설 현장 내 배치플랜트 설치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업계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레미콘 업계는 장기 침체로 고사 직전인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자 진입은 기존 업체들을 몰락시킬 수 있는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레미콘 주요 원료인 시멘트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445만톤으로, 전년 동기(591만톤) 대비 24.8% 급감했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업계는 올해 전체 출하량이 40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990년(3390만 톤)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당초 예상치를 달성하려면 1~2월에 최소 500만 톤 이상의 출하가 필요했으나, 그에 미치지 못해 전망치 하회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장 가동을 줄였음에도 시멘트 재고는 꾸준히 늘고 있다. 2월 말 기준 재고량(클링커+시멘트)은 약 340만 톤으로, 전체 저장능력(379만 톤)의 90%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라인 6기 중 2기를 멈춘 상태며, 다른 업체들도 저장 공간 부족으로 임시 야적을 택하고 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본격적인 성수기임에도 전체 35기 생산라인 중 8기가 이미 가동을 멈췄고, 다음 달엔 2기 추가 중단 계획도 있다”며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수요절벽으로 인한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