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옥룡사지 동백숲
천연기념물 제489호 동백숲
수령 100년 동백나무 1만 그루
산림청 '천년의 숲' 우수상 받아
풍수지리 따라 조성된 사찰 터
35년 머문 도선, 이곳서 입적
4월 청년동백축제 개최 예정

[천지일보 광양=이봉화 기자] 한 송이 붉은 꽃이 나무 위에서 피고 다시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꽃을 피운다. 광양 옥룡사지 동백숲의 전설은 그렇게 봄을 알린다. 수령 100년이 넘는 동백나무 1만여 그루가 절터를 에워싸고 있다. 선각국사 도선의 풍수 사상이 깃든 이 천년 숲은 지금도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채 이야기를 건넨다. 오는 4월 열리는 청년동백축제는 이 붉은 숲의 봄을 더욱 생기롭게 물들일 예정이다.
전남 광양 옥룡면에 자리한 동백숲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2007년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됐다. 2006년에는 산림청 주관 ‘아름다운 천년의 숲’ 분야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옥룡사지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햇살을 머금은 절터가 넓게 펼쳐지고 그 주변을 동백나무 군락이 둘러싸고 있다. 백계산 선각국사 참선 둘레길(옥룡사지-세우암자 터-눈밖이 샘-금목재-정상)로 이어지는 길마다도 동백이 줄지어 반긴다.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잎 사이로 알알이 박힌 붉은 꽃송이가 수줍게 봄을 알리는 듯하다.
동백나무는 측백태좌목 차나무과에 속하며 ‘산다화(山茶花)’라고도 불린다. 높이는 7~15m로 큰키나무에 해당하며 붉은 꽃과 둥근 열매 속 암갈색 씨앗이 특징이다. 주로 남부 해안과 제주도, 울릉도 등 섬 지역에 자라며 1~3월의 개화기에는 곤충 대신 동박새가 꽃가루받이 역할을 한다.

◆풍수의 땅에 피어난 붉은 유산
전남 광양시 옥룡면 백계1길 71 일원에 있는 광양 옥룡사 동백숲은 2007년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통일신라 말의 선승(禪僧)이자 풍수 대가로 알려진 선각국사 도선(先覺國師 道詵)이 백운산 지맥인 백계산(해발 505m) 남쪽 옥룡사의 땅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도선국사는 864년부터 35년간 옥룡사에 주석하며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고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 절터를 에워싼 동백나무는 천년의 세월 동안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채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옥룡사지는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302번지 일대에 위치하며 1998년 사적 제407호로 지정됐다. 현재는 절터만 남아 있으나 광양 옥룡사는 우리나라 불교와 민속에 큰 영향을 끼친 도선국사가 머물다 입적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사찰은 8세기 초 통일신라 시기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1878년 화재로 소실됐다. 절 동편 비석거리에는 한때 도선국사와 통진대사의 부도와 비석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20년경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부터 시작된 발굴조사에서는 건물터와 비석 조각이 확인됐으며 도선국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관도 출토됐다. 이는 통일신라 말 고승들의 장례 풍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도선국사는 옥룡사 주변의 땅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동백나무 숲을 조성하고 차밭을 만들어 보급한 인물로도 전해진다. 자는 옥룡자이며 성은 김씨다. 그는 신라 말 풍수설의 대가로 37세에 백계산 옥룡사에 자리를 잡고 후학을 지도했다. 영암 구림 출신으로 15세에 출가해 전국의 명찰을 두루 다닌 뒤 옥룡사에 정착했고 898년(신라 효공왕 2년) 세수 72세로 입적했다.
◆백룡 쫓아낸 전설 동백에 깃들어
신라 말 효공왕은 도선에게 ‘요공선사’라는 시호를 내렸다. 그의 제자들은 옥룡사에 승탑을 세우고 ‘증성혜등탑’이라 이름 붙였다. 고려 숙종은 도선을 대선사로 추증하고 왕사에 봉했으며 인종은 선각국사로 추봉했다. 고려 의종 4년에는 왕명을 따라 최유청이 비문을 지어 비석을 조성했다. 그러나 완성된 비는 곧바로 세워지지 못하고 20여년간 개성 국청사 뜰에 방치됐다가 운암사 주지 지문 등의 노력으로 1173년 광양 옥룡사로 옮겨져 세워졌다. 현재 도선국사의 진영은 순천 선암사와 영암 도갑사에 전해지고 있다.
옥룡사지의 승탑(부도)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광양시가 2002년 복원했다. 전해지는 설화에 따르면 이 절터는 본래 큰 연못이었고 그 안에 아홉 마리의 용이 살며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한다. 도선국사는 용을 쫓아냈으나 유독 백룡만은 말을 듣지 않아 지팡이로 그 눈을 멀게 하고 연못 물을 끓게 해 내쫓았다. 이후 숯으로 연못 자리를 다져 절터를 마련하고 사찰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때 땅의 기운이 약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동백나무 숲을 조성했다는 유래도 함께 전해 내려온다.

한편 옥룡사지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운암사는 동양 최대 규모인 높이 40m의 청동 약사여래불로 유명하다. 불상 주변에는 웅장한 부도와 거대한 코끼리 석상이 세워져 있으며 정교한 벽화도 함께 어우러져 감상 포인트를 이룬다.
◆붉은 동백 아래 펼쳐지는 향연
광양시는 옥룡사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동백숲의 자연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4월 5~6일 옥룡사지 동백숲 일원에서 ‘천년의 숲, 동백꽃 피다’를 슬로건으로 제8회 광양천년동백축제를 개최한다.
행사 첫날인 5일 오전 10시에는 길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어린이 백일장·사생대회(OX 퀴즈 포함), 관광객 즉흥무대, 동백오일 체험, 동백숲 데크길과 도선국사 참선길 걷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6일에는 보물찾기, 특산물 판매, 각종 체험 부스와 함께 읍면동 대표가 참가하는 동백가요제와 시상식이 진행된다.
축제 기간에는 트롯 가수 한강, 지원이, 이정옥, 황민호 등 인기 가수들의 초청 공연도 예정돼 있어 기대를 모은다. 천년 숲과 어우러진 동백의 붉은 향연이 올봄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