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와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MILF) 간 평화 협상의 결과로 2019년 출범한 방사모로는 민주주의 체제로 선거 체계를 전환 중이다. 방사모로 자치구 의회 선거는 올 10월 최초로 치러지며 전직 혁명가들과 기존 정치 엘리트들 간의 권력 경쟁이 예상된다고 무사 다마오 평화와 정의를 위한 방사모로 협의회 사무총장은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다수의 신생 정당이 등장했으며 정당 중심의 투표가 이뤄져 정치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다마오 사무총장은 내다봤다. 다음은 다마오 사무총장의 기고.
실질적 자치권 생긴 방사모로
정당 시스템 방법과 절차 변화
이후 처음 치러지는 공식 선거
새 정치 엘리트들의 각축전
방사모로 민주주의 전환점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그중 가장 뚜렷한 예시는 민주주의의 본거지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각각 이집트와 요르단으로 이주시켜 가자지구를 서아시아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이 세계적으로 옹호해 온 민주주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전 세계가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잔인함을 볼 수 있는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은 또 다른 사례다.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서구 세계는 국제 시스템과 인권을 위반하는 이스라엘을 규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가운데, 방사모로 지역은 이제 막 의회 민주주의에 참여하려는 단계에 있다.
◆방사모로 자치구와 필리핀의 민주적 과정
필리핀 남부에 위치한 방사모로 자치구(BARMM)는 필리핀 정부와 모로 이슬람 해방전선(Moro Islamic Liberation Front, MILF) 간의 오랜 평화 협상의 결과로 탄생한 지역으로 현재 MILF가 통치하고 있다.
방사모로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정당 시스템의 방법과 절차는 과거의 선거 제도와 다르다. 과거 이 지역이 속했던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구(ARMM)’에서는 실질적인 자치권이 없었고, 마닐라 중앙정부에 의해 선거 과정이 쉽게 조작될 수 있었다. 결국 ARMM은 2019년에 방사모로 자치구가 출범하면서 폐지됐다.
현재 방사모로 자치구의 정치 시스템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통합돼 있으며 총리는 행정부 수반과 국회의원의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총리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으며 80명의 의회 의원이 선출하는 구조다.
방사모로 자치구는 새로운 정치 엘리트들이 각축을 벌이는 무대가 되고 있다. 과거 혁명 세력과 전통 정치인들이 민주적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2025년 선거에서는 전직 혁명가들과 기존 정치 엘리트들 간의 치열한 권력 투쟁이 예상된다.
이러한 전환이 진행되는 동안 동맹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MILF의 정당인 ‘통합 방사모로 정의당(UBJP)’에 합류하는 반면 일부 혁명 세력은 전통적인 정치 지도자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방사모로 자치구의 의회 선거
방사모로 자치구는 2019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의회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원래 2025년 필리핀 중간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서명한 ‘공화국법 12123’에 따라 선거일이 올해 5월 12일에서 10월 13일로 연기됐다.
초기 방사모로 자치구 의회 의원 80명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임명해 2022년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이후 마르코스 현 대통령이 임기를 3년 더 연장해 2025년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마르코스 대통령은 2022년 8월 12일 연장된 방사모로 과도정부(BTA) 선서식에서 더 이상의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제17차 정부 간 관계기구(IGRB) 회의에서 다시 방사모로 자치구의 선거가 2025년 중간 총선 및 지방 선거와 동시 실시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2024년 8월 29일 마긴다나오 델 노르테에서 열린 평화 협정 10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2025년 선거 실시를 재확인했다.
현재 마르코스 정부는 선거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술루(Sulu) 지역의 제외 문제로 인해 의회 구성이 복잡해졌음에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선거 연기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사모로 자치구 의회 선거는 기존 계획보다 5개월 연기돼 술루 지역 제외 이후 새로운 의회 선거구를 재구성하는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의회를 재구성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첫째, 필리핀 의회가 법을 제정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술루 지역이 방사모로 자치구에 다시 합류할 것인지 완전히 탈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둘째, 방사모로 의회가 남아 있는 주 및 특별 지리적 지역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새로운 선거구를 설정하는 것이다.
◆방사모로의 정당 정치
방사모로 자치구에서 민주적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여러 정당이 출범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당으로는 알-이띠하드 망다나웨 다루살람-웅가야 쿠 방사모로(Al-Ittihada-UKB), 방사모로당(BaPa), 포괄적 서비스-진보적 연합(SIAP), 방사모로 인민당(BPP), 살람당(Salam Party), 마하르디카당, 원주민 민주당(IPDP), 진보적 방사모로당, 방사모로 대연합(BGC), 그리고 통합 방사모로 정의당(UBJP) 등이 있다.
의회 민주주의에서는 선거가 두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국민이 직접 정당과 지역 대표를 선출하는 대중 선거가 이루어진다. 이후 다수당이 정부를 구성하며, 의회 의원들이 총리를 선출한다. 그리고 총리는 각 부처에 장관을 임명하여 정부를 운영하게 된다.
2025년 방사모로 자치구 선거는 새롭게 등장한 정당들의 정치적 역량을 시험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과거 ARMM에서는 유권자들이 정당 후보를 직접 선출했지만, BARMM에서는 정당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의회 시스템 도입으로 방사모로 지역의 행정 절차는 더욱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총리가 의회의 일원이기도 하므로 법안 실행 속도가 빨라지고 정부 지도자들이 지역 주민들과 더욱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방사모로 정부는 헌법에 부합하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사모로 유기법(BOL)에서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방사모로 정부는 헌법에서 선언한 원칙과 국가 정책을 기반으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회는 방사모로 자치구의 경제 및 천연자원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방사모로가 필리핀 내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