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은 단순히 미국 내부의 변화를 넘어 전 세계적인 질서 재편을 촉발하고 있다.

그의 독특한 외교 스타일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기존의 국제 질서를 흔들며, 특히 약소국들에게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철저히 경제적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외교 전략은 전통적인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불안감을 증폭시켜 미국으로서도 손해다.

우리나라 역시 외교와 국방정책을 적절히 조정하며 대응해야 하지만 국내 정치적 여건이 더욱 암울해서 어떤 나라보다 큰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게 현실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정책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보장 요구를 외면한 채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주도하려는 미국의 행보는 바이든 정부 시절과 큰 괴리감이 보인다.

과거 한국이 배제된 채 6.25 전쟁 종전 협상이 추진됐던 상황과 유사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대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약소국이 어떻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 시대의 국제정세는 국가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마저 무시하며 강대국으로서의 힘을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심지어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가자지구 등에 대한 팽창주의적 야욕을 드러내며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미국이 담당 해온 경찰국가 역할마저 부정한다. 민주주의 세계가 미국에 의존하던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된 세계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도 외교와 안보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방위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추구하며 한국을 배제하는 ‘패싱’ 전략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주한미군 철수로 협박하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지만 거절할 명분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과 외교 정책은 동맹국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며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도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는 길뿐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핵 보유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무장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핵 확장 억제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보여줬다.

한국의 핵 보유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주한미군 철수나 북한의 붕괴로 인한 중국, 러시아의 도발 등 격변기에 나라를 지키려면 핵무기를 신속히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은 확보해야 한다.

자주국방의 핵심은 단순히 재래식 군비 확충이 아니라 첨단 무기체계 도입과 사이버 전쟁에 대한 대비에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재래식 무기에서는 방산 강국으로 성장했다.

인공지능, 드론, 로봇 등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대비한 군사력 강화에도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독자적인 방어 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길은 자주국방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법뿐이다. 강대국들 속에서도 주권을 지키고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서 자주국방은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다.

트럼프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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