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불확실성 증가
현대글로비스 최대 실적… 정의선 배당 수익 554억원 예상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가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인해 당분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정의선 회장의 자금 확보 계획도 암초에 부딪힌 모양새다. 이에 정 회장이 개인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활용해 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순환출자는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서로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지만, 투명성 부족과 계열사 간 리스크 전이 등의 문제로 지속적인 개선 요구를 받아왔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 최대주주로 21.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기아 지분 34.16%를, 기아는 다시 현대모비스 17.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오너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며,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7.24%를 전부 상속받더라도 7%대에 그친다. 현대차(2.67%)와 기아(1.77%) 지분도 낮아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승계를 위해 준비해야 할 상속·증여세는 최소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정 회장이 높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배당 확대, 주가 상승, 상장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 계열사의 배당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정 회장의 강력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따라 기아, 현대글로비스 등도 배당 확대에 동참하면서 정 회장이 받게 될 배당금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2024년 기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로부터 약 1800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1611억원)보다 10% 이상 증가한 규모로, 승계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기업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28조 4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2.8% 늘어난 1조 752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호조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배당금을 주당 3700원으로 확대했다. 총 배당금 규모는 2775억원에 달하며, 정 회장은 이를 통해 554억원을 수령할 전망이다. 또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정 회장의 지분 가치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정 회장이 또 다른 승계 자금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는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으며, 정 회장도 개인 자금 2500억원을 투자해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유상증자 참여로 정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율은 21.27%까지 증가했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상반기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체결한 풋옵션 계약에 따른 것으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이 산업 현장에서 적극 활용되면서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만약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면,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2조원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승계 자금 마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IPO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 배당금,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 차익, 계열사 주가 상승 등이 정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