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만 53.5% 급증… 현대차·기아도 선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가 올해부터 한층 강화되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월 유럽 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37.3%, 독일에서는 53.5%나 급증하면서다. 반면 테슬라는 유럽 내 판매량이 45.2%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3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월 EU 27개국을 포함한 유럽 31개국(영국,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포함)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6만 6065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만 966대) 대비 37.3% 증가한 수치다.
특히 EU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는 3만 4498대가 팔리며 전년 동월 대비 53.5% 증가했다. 벨기에(1만 3712대, 37.2%↑), 네덜란드(1만 1157대, 28.2%↑) 등 주요국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은 올해부터 시행된 강화된 환경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월부터 EU는 신차의 평균 CO2 배출량이 ㎞당 93.6g을 초과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독일 완성차업체들은 한층 더 엄격한 기준(㎞당 90g 이하)을 맞춰야 한다.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초과 1g당 95유로(약 14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해, 기업들은 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해 이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은 보급형 전기차 출시와 가격 인하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르노는 소형 해치백 ‘르노5’ 전기차를 새롭게 출시했고, 스텔란티스의 시트로엥은 같은 차급의 전기차 ‘e-C3’를 선보였다. 폭스바겐도 지난해 말 독일에서 소형 전기차 ID.3의 가격을 3만유로(약 4500만원) 이하로 낮췄다.
현대차와 기아도 유럽에서 신형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를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을, 기아는 소형 전기차 ‘EV3’를 지난해 하반기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EV3는 올해 1월에 5005대가 팔리며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고, 캐스퍼 일렉트릭도 같은 기간 868대가 판매됐다. 현대차의 1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4445대로 전년 동월(3214대) 대비 38.3% 증가했으며, 기아도 7944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6293대)보다 26.2% 늘어났다.
반면 테슬라는 올해 1월 유럽 시장에서 고전했다. 테슬라의 유럽 내 신규 등록 대수는 9945대로, 전년 같은 기간(1만 8161대) 대비 45.2% 급감했다. 신차 ‘모델 Y 주니퍼’(모델 Y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구매 대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