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 인터뷰
“한국, 패스트 팔로워 탈피해야”
경쟁력 전략으로 AI 활용 강조
“고품질 데이터+AI로 생산성↑”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이제 AI는 기술 중심으로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목적을 주도해야 합니다. 특히 AI를 활용하여 인류가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인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답을 찾는 게 우리가 맞이한 AI 대전환 시대의 본질입니다.”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의 방향성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AI를 활용한 산업과 인류안보 확보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역할을 하는 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주 교수는 40여년간 산학연관의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산업AI 전문가다. 1980년대부터 대우전자, 현대오토넷, GE써모메트릭스 등 여러 기업에서 CEO 등 핵심 요직을 맡아 온 그는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총괄 MD(차관급)로서 정부의 연구개발 전략 수립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제14대 중소기업청장으로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육성 정책을 이끌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특임교수로서 디지털 및 AI 대전환과 스마트시티 분야의 연구와 글로벌 협력,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기술보다 중요한 건 ‘인류 지속 가능성’

주 교수는 AI의 패러다임이 ‘기술 중심’에서 ‘목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미국의 농기계 업체 존 디어(John Deere)가 CES(국제전자박람회) 2023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농기계를 들었다. 

주 교수는 “당시 CES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BMW의 첨단 자율주행차와 존 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가 함께 전시됐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던 BMW보다 존 디어에게로 쏠렸었다”며 “당시 존 디어는 그들의 기술에 대해 ‘식량 안보(Food Security)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임을 강조해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제시한 ‘인류 안보(Human Security)’ 개념에 주목했다. CTA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8가지 핵심 요소는 ▲식량 ▲보건 ▲환경 ▲개인 안전 ▲공동체 안정 ▲정치적 자유 ▲경제 안정 ▲기술 안전 등이다. 

주 교수는 “최근 많은 참여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내세우며 환경, 의료, 식량 문제 해결을 선언해 왔다”며 “단순히 최첨단 기술이냐를 묻기보다 이 기술로 무엇을 이룰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아직 기술에 초점이 맞춰진 추세라고 주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CES는 예상대로 모두 AI와 관련된 기술이었다”며 “행사에 나온 여러 기업들이 AI를 통해 인류에 어떻게 기여할 건지를 제품에 녹여냈지만 한국은 아쉽게도 거의 제품 기술에 초점을 맞춘지라 그런 점이 잘 안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원인에 대해 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역할을 주로 해 왔기 때문”이라며 “기술 발전에 목적을 염두할 필요가 적었고 기술과 제품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딥시크가 연 AI 평준화 시대… 관건은 ‘효율성’

주 교수는 AI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딥시크의 등장 이후 AI 기술의 평준화가 점쳐지면서 AX(AI Transformation, AI 전환 및 활용)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AX는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를 중심으로 각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전략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AI 업계에선 성능을 대폭 올리기 위해 GPU를 많이 확보하는 등 막대한 자본을 붓는 ‘쩐의 전쟁’을 벌여 왔다”며 “이런 경쟁은 한계가 분명하여 애초에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AI 기술 자체로 승부를 보는 건 어렵다. AI 원천기술 개발은 패스트 팔로워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결국 한국은 AX 측면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교수는 한국이 AI에 있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산업 전 분야, 특히 반도체· 로봇·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제조업은 한국이 제일 잘하는 분야기도 하고 (수요가) 영원하지 않나”라며 “때문에 우리가 AI로 세계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길은 제조업 AX”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단순히 제품이나 공정에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AI와 국내 제조업 데이터를 적절히 결합해 제품을 혁신하고 일의 생산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제조 데이터가 부족하고 중국은 데이터가 많지만 신뢰성이 낮다. 그에 비해 한국은 품질 높은 제조 데이터가 있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주 교수는 제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데이터·AI 결합 예시로 ▲예지 보전 ▲제품 정밀검사 ▲작업자 및 기술자 숙련도 상향 평준화 등을 제시했다. 

예지 보전은 기계·설비의 고장을 미리 예측해 조치하는 유지보수 방식이다. 이 과정에 AI를 활용할 시 입력된 공장 생산 설비 데이터에 따라 AI가 공장 내 장비 상태를 상시 점검하며 고장 조짐이 보이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때문에 발생 후 수리하는 사후 보전, 일정 주기로 상태를 점검하는 예방 보전에 비해 효율성이 뛰어나다.

이 외에도 AI는 제품 제조 중 불량 요소들을 보다 세밀하게 잡고, 공정 메뉴얼을 학습해 저숙련 작업자나 기술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방식으로 제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려 주 교수는 향후 모든 산업이 AI 활용 여부로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결국 올해 중요한 화두는 AI의 효율성”이라며 “AI를 활용해 가장 경제성 있고 실질적인 가치를 많이 만드는 나라·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가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25.

◆주영섭 교수 약력

2021.09 ~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2022.12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위원회 위원장

2018.03 ~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2023.01 ~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 민간위원

2012.01 ~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제조혁신특별위원장 역임)

2024.01 ~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비상임이사

2017.09 ~ 2021.08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특임교수

2016.01 ~ 2017.07 중소기업청장 (14대)

2015.08 ~ 2016.01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014.06 ~ 2016.01 기계항공공학부 초빙교수/객원교수

(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산학협력추진위원장

2013.06 ~ 2014.05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2010.06 ~ 2013.05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총괄 MD (Managing Director, 차관급)

2008.11 ~ 2010.05 (주)현대모비스·(주)현대오토넷(현 현대자동차그룹)  고문

2006.02 ~ 2008.10 (주)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2004.10 ~ 2006.02 (주)본텍(현 현대자동차그룹) 대표이사 사장

2000.10 ~ 2004.09 GE 써모메트릭스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

GE 써모메트릭스코리아(주) 대표이사 사장

1980.03 ~ 2000.09 대우전자(주) 기획본부장, 정보통신사업부장·연구소장

전략기획담당 임원 역임, 대우자동차·대우조선 근무 

1995.12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산업공학 박사 (Ph.D.)

1980.02 한국과학기술원 생산공학 석사 (M.S.)

1978.02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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