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비명 “대통령 견제·균형 필요”
李, 말 아끼며 ‘실용주의’ 행보
전문가 “대선 국면 지연 방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2.04.](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2/3230313_3285297_200.jpg)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여당과 비명계 의원들이 대통령제의 한계와 내란 사태 이후의 권력 분산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헌 논의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사태 봉합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향후 논의 전개가 주목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나 12.3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계엄 이후 처음 개헌을 촉구한 것은 여당 소장파이며, 김재섭·김소희·김예지·우재준·김상욱 의원 등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면서 4년 중임제를 시행하는 개헌안을 제시해 현 대통령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개헌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대부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며 “조만간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당 개헌특위 위원장에 6선 주호영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내 개헌 요구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87 체제는 수명을 다한 지 오래”라며 “이제 극단적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비극적 역사의 반복을 끝장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노동·교육·연금 개혁, 인구·에너지 정책처럼 10년을 내다보는 개혁과제들은 단임제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4년 중임제에 대해 찬성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가 여야 극단적 충돌을 부추긴다”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제왕적 의회, 일당 독재를 바로잡기 위한 개헌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대권후보로 언급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12일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의 경우 6일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헌법 개정 방안’ 토론회를 주최한다.

여야 원로들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책임 내각제 내용을 담은 개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 국무총리, 당대표 등으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지난 3일 간담회를 통해 원포인트 개헌을 촉구했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내란 이전에는 대통령제, 책임총리제, 내각제와 같은 권력 구조에 관한 것이 개헌의 주요 쟁점”이라면서도 “내란 이후는 불법적 계엄을 어떻게 원천적으로 방지할 것인지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거기에 더해 대통령의 권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강화할 것인지도 함께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이광재 전 의원도 “예측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헌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개헌을 능동적으로 밀고 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 이상이 찬성이 필요하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헌법은 최종적으로 개정된다.
민주당의 170석 표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아직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후 그는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쪽에서 개헌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조기 대선 국면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것”이라며 “개헌 프레임에 잘못 들어가면 정국 블랙홀이 되기에 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그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23.](https://cdn.newscj.com/news/photo/202502/3230313_3285300_232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