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데뷔, 58년 가수생활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순회 은퇴 콘서트 선보여
좌우 정치권 갈등에 일침가해
“오른쪽 잘못에 왼쪽 생난리”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시민들이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 1회차 관람을 마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가요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약 1년 동안 투어 콘서트를 통해 대전, 강릉, 안동, 진주,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의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해왔다. 나훈아는 이번 무대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가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2025.1.12. (출처: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시민들이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 1회차 관람을 마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가요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약 1년 동안 투어 콘서트를 통해 대전, 강릉, 안동, 진주,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의 팬들과 작별 인사를 해왔다. 나훈아는 이번 무대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고 가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2025.1.12.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966년 데뷔 이후 58년간 대한민국 가요계를 대표했던 나훈아는 지난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은퇴 콘서트를 통해 무대에서 물러났다. ‘가황(歌皇)’이라는 별칭을 가진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특유의 소신 발언으로 대중과 깊게 소통해왔다. 그는 은퇴 무대에서도 한국 사회와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58년의 음악 인생과 마지막 콘서트

나훈아는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사랑은 눈물의 씨앗’, ‘고향역’, ‘무시로’, ‘홍시’, ‘테스형’ 등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800곡 이상의 자작곡을 포함해 2600여곡을 취입하고, 200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하며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월 12일까지 이어진 그의 마지막 콘서트 ‘2024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는 팬들과 작별을 고하는 자리였다. 그는 공연에서 총 29곡을 열창하며 자신의 음악적 역사를 되돌아보았다. 특히 공연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마이크를 놓는다는 이 결심”이라면서 황금색 마이크를 드론에 실어 날리며 팬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치권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

하지만 그의 은퇴 무대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콘서트 도중 그는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훈아는 탄핵정국 속에 극심한 갈등을 보이는 여야를 두고 ‘방향’에 빗대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무대에서 그는 “이제 그만두는 마당에 아무 소리 안 하려고 했지만 내가 요새 방향 감각이 없다. 오른쪽이 어디고 왼쪽이 어디고”라고 말하며 지휘자를 향해 “내 팔의 왼쪽과 오른쪽이 어디냐”고 물었다. 이어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국방과 안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나훈아는 “지금 어떻게 하고 난리가 났는데, 너희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를 위한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면서 “지금 우리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지만 텔레비전에서 군인들이 계속 잡혀 들어가고 어떤 군인은 울더라. 여기에 우리 생명을 맡긴다니 웃기지 않냐”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언론들이 그걸(군 장성들의 모습) 생중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저런 건 생방송에 비추면 안 된다. 누가 좋아하겠냐. 북쪽 김정은이 얼마나 좋아하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12일 공연에선 “내 이야기(발언)를 두고 야당 국회의원인지 뭔지 입다물라고 하더라”며 “(관객) 여러분이 나한테 뭐라 하는 건 내가 인정하지만, 저것들이 뭐라 하는 건 내가 절대 용서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왼팔과 오른팔을 번갈아 들어 보이며 “(왼쪽) ‘니는 잘했나’의 뜻은 그래, (오른쪽이) 별로 잘한 건 없어. 그렇지만 (왼쪽) 니는 잘했나란 이야기였다”며 “그걸 갖고 또 딴지를 걸고 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훈아는 “국회의원인지 무슨 도지산지 잘 들어라”며 “안 그래도 잘려 있는 (분단된) 나라에서 선거 때 보면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말도 남겼다. “여러분, 저한테 1년만 시간을 딱 주면 제가 우찌 하나 보이소.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경상도 출신은 전부 전라도 가서, 전라도 출신은 전부 경상도 가서 국회의원 나와라’ 법으로 이래 정해버리는 기라. 그래 해서라도 동서 화합이 돼야지요. 안 그래도 잘리(잘려) 있는 나라에서 이기 뭐하는 짓입니꺼.”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 - 라스트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중과 문화계, 공감 혹은 비판

나훈아의 발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다양했다. 많은 팬들은 그의 소신 발언에 공감하며 정치권을 향한 비판에 용기를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 팬은 “58년 동안 국민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준 나훈아가 마지막 무대에서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매우 강렬했다”며 그의 발언에 동의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 단합과 화합을 강조하며 정치적 분열을 넘어서자는 메시지를 던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반면 일부 대중은 정치적 발언이 공연이라는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나타냈다. 한 관객은 “음악을 들으러 왔는데 정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는 그의 발언이 단순히 정치적 논쟁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문화평론가들도 엇갈린 시선

문화계에서도 그의 발언은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문화평론가 김갑수는 나훈아의 발언에 대해 “비열하다”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정치적 갈등이 심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대중가수가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대중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발언이 예술가로서 사회에 던진 메시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평론가는 “나훈아의 발언은 그가 단순히 가수가 아니라 시대를 살아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목소리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의 반응과 논쟁

나훈아의 발언은 정치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그의 발언을 비판하며 “좌와 우의 대립을 단순히 진영 논리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보수 진영에서는 그의 발언이 진정한 소신이라고 옹호하며 “국민이 느끼는 정치권의 실망을 대변했다”고 평가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나훈아의 발언은) 무대 위에서의 발언이긴 하지만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가수가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 소신있게 말한 것”이라며 “지금 정치권의 상황이 좋은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쓴소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황의 은퇴와 남겨진 메시지

나훈아는 마지막 무대에서 국민에게 희망과 단합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58년간의 음악 활동을 마무리하며 대중과 팬들에게는 단순한 음악 이상의 가치를 전달한 예술가로 기억될 것이다. 나훈아의 은퇴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냈다. 그의 소신 발언은 대중과 정치권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며 앞으로도 그의 메시지가 어떻게 평가될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전설로 남을 그의 마지막 무대는 팬들에게는 감동의 순간이었고 동시에 그가 시대를 살아온 한 국민으로서 던진 마지막 목소리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