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새벽을 여는 사람들로 대한민국의 아침이 밝았다 ②
아무리 밤이 어지럽고 캄캄해도 아침은 온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묵묵히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로 인해서다. 한겨울 새벽 수산시장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지만 삶의 열기로 뜨겁다. 밤새 증기와 기름 냄새로 뒤범벅된 채 일하는 이들의 손에서 먹음직한 떡이 만들어진다. 강남 빌딩의 청소노동자들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일을 하러 새벽 첫차에 몸을 싣는다. 본지는 새해를 앞두고 자정을 넘긴 시간 일터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들에게 새해 소망도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종로구 원조 낙원떡집 공장에서 당일 판매될 떡이 만들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57_4126.jpg)
[천지일보=김민희‧홍보영 기자] 한겨울 새벽 떡집에서 나오는 증기는 추운 거리를 포근하게 감싼다. 지난달 27일 새벽 4시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거리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떡집과 떡집공장, 24시간 영업 식당, 편의점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원조 낙원떡집 공장에 들어서자 찜기에서 나오는 증기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반겼다. 직원 6명은 그날 낼 떡과 주문받은 떡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이튿날 집회 현장에 나갈 무지개떡 8000개도 만들어야 해 비상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공장에서 40년차 공장장이 설기떡을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62_4810.jpg)
20세 즈음부터 떡을 만들기 시작해 60세가 된 40년차 공장장은 인간 저울이었다. 그의 손대중에서 단호박 설기가 뚝딱 만들어졌다. 떡을 만드는 직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50대 남성 직원 박현수(가명)씨가 나이로 가장 막내였다. 박씨는 영양밥을 기계로 포장하면서 “요즘은 연말 대목인 데다 구정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해서 바쁘다. 떡일 시작하고 18년 동안 명절 때 시골에 내려가 본 적이 없다”고 푸념했다.
20년차 직원인 김덕기(가명, 65)씨는 조계사에 납품할 가래떡을 뽑고 있었다. 그는 오전 6시 배달을 나가기 전 잠시 이야기할 틈을 내줬다. 김씨는 “큰아들이 얼마 전 삼둥이를 낳았다”며 “퇴직하려다 아들네 도움을 줄까 싶어서 조금 더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주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공장에서 직원들이 당일 판매할 떡을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63_4829.jpg)
김씨는 과거 삼성SDI에 근무하며 삼성맨으로 살았다. 전주에서 신입생 강의도 하고, 일본 공장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교실에서 풍금 소리를 듣고 자란 세대인 그에게 ‘컴퓨터 세대’를 따라가기란 버거웠다. 46세에 희망 퇴직한 뒤 시작한 게 떡집 일이었다.
김씨는 새벽에 일하기 고되지 않으냐는 물음에 “요즘은 70세가 돼서도 일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집에서 노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8년 전 간암 수술을 받고 나서 두 달 만에 떡집 공장에 복귀해 일한 그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공장에서 20년차 직원인 김덕기(가명, 65)씨가 가래떡을 뽑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65_4953.jpg)
요즘 들어 떡 소비가 이전 같지 않은 모습을 지켜보는 건 걱정스럽다. “옛날에는 잔치하면 거의 떡을 하고 나눠 먹었어요. 5년 전만 해도 결혼하면 답례 떡을 많이 했는데 코로나 이후부터 허례허식이 다 없어졌어요. 폐백 같은 걸 안 해요.”
그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첫째는 건강해야 하고 둘째는 떡집이 잘 돼서 더불어 잘 살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의 셋째 소원은 이러했다. “새벽에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좀 자중하고 정치를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장사도 안 돼요. 모임 자체가 없어지니까 선물도 안 하고 돈이 없으니까 먹는 것도 잘 사 먹질 않아요. 정치가 이러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공장 시계가 지난달 27일 오전 5시 25분을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66_5031.jpg)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공장에서 직원들이 당일 판매할 떡을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67_515.jpg)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공장에서 직원들이 당일 판매할 떡을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68_5215.jpg)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낙원떡집 공장에서 일하는 40년차 공장장이 설기떡을 만들며 웃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5.01.0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7169_3268858_431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