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1948년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이 제정되고 정부가 수립되면서 건국됐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국제연합이 주도한 것이어서 국제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승인됐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국제법상 국가가였다. 그런데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간에 이념 대립으로 냉전이 계속되다가, 구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국가가 붕괴하면서 냉전의 기본 구도가 무너졌고, 1991년 남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내걸고 국제연합에 동시 가입했다.

북한이 국제연합에 가입하면서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의문이 뒤따랐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국내법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분단이란 특수상황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특수관계로 설정했다. 물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였지만, 2024년 초 입장을 변경해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국가로 봄으로써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는 대한민국과 북한을 각각 국가로 인정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나, 북한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적대국가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외 법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구하면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국가의 성립에 관해 과거 헌법학자들은 영토와 국민 및 주권의 삼대 요소를 들었다. 그러다가 주권을 국가의 통치체제로 바꾸기도 하고, 20세기 이후 국제사회가 점차 정립되면서 국제사회의 승인을 요건으로 들고 있다. 국가의 성립 요건을 갖추어도 다른 국가 간의 관계가 설정되지 않거나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갖고 이를 규범화하든지,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하고 있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평화통일 정책을 펼칠 것을 규정하고 있어서, 남북 관계는 국가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위한 내부적인 특수관계이다. 그런데 국제법은 국내법과 상호 연관성을 갖고 효력을 발생하지만 별개의 법체계이다. 헌법현실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을 별개의 국가로 본다면 우리나라가 이를 부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평화통일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발생했던 후유증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위기가 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치적 혼란으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국회와 행정부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국가 시스템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거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면서 입법 독주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 견제 기능을 넘어서 통제를 통해 행정부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권력 간의 균형추가 무너지게 되면 법치국가의 핵심 요소인 권력분립원칙이 훼손하게 된다. 국가권력을 분리한 이유는 독점적인 권력이 독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이 인권 보장뿐만 아니라 권력분립원칙을 명문화한 것도 집중적 권력의 독재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규정하고 선거제도를 명문화함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는 국가권력과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 거기서 국민은 전체 국민을 말하는 것이지,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특정 집단의 국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국민은 탄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길거리에 나가 있다. 여기서 찬반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국민 대표기관의 부실로 대의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이 채택한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가 더 이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의 대표이지만 공무원이라는 것에 변함은 없다.

헌법은 모든 공무원을 전체 국민의 봉사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국익 우선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국민주권국가에서 국익은 전체 국민의 이익이다.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전체 국민에게 있고, 정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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