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급전’ 카드론 역대 최대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도 4배↑
소액생계비 연체율 30% 육박
연령층 낮을수록 연체율 높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주택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올해 3분기(7~9월) 가계신용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21일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통해 3분기 말 금융권 가계신용 잔액이 1875조 6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 말(1861조 3천억원)보다 0.8%(14조 3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가계신용은 2022년 4분기 말(1871조 1천억원) 이래 역대 최대로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카드사·백화점 등에서 외상으로 산 대금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를 말한다.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천지일보 2023.11.21.](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2/3211340_3261634_325.jpg)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여전히 혼란한 가운데 경기 침체로 인한 서민 경제 부담도 심화하고 있다. 은행 대출과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 수는 60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체 잔액은 50조원에 달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신용정보원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연체 개인 차주 수는 614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연체 건수는 2만 1460건, 연체 잔액은 총 49조 4441억원이다.
9월 개편된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은 은행 대출,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카드 거래대금 등에서 개인 연체가 발생하면 5거래일 내에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내역도 포함돼 개인의 채무 연체 현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날(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당분간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서 부진한 내수는 더욱 위축되고 서민 경제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서민급전’인 카드론은 지난달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9개 카드사의 지난달 카드론 잔액은 42조 2201억원으로, 전달보다 5332억원 증가하며 8월 말 기록을 경신했다.
금융 취약계층의 채무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제도권 금융을 벗어난 불법 사금융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김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상담 건수는 4만 2409건으로, 지난해 전체(1만 130건) 대비 4배를 넘어섰다.
서금원 상담 사례에 따르면, 광주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바리스타로 일하던 중 영업장 폐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무담보·무보증·무수수료 당일 대출’이라는 광고 문구에 속아 불법 사금융에 노출됐다.
A씨는 대출 신청 과정에서 명의 도용 피해를 입었고, 법적 문제에 연루돼 벌금형과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다. 이후 서금원은 A씨에게 소액생계비 대출을 지원해 건강보험료 연체를 해결하고,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조정을 연계해 이자 상환 부담을 줄였다. 현재 A씨는 자활센터에서 일을 시작하며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서민 금융상품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김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신용·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10월 기준 29.7%에 달했다. 지난해 말 11.7%였던 연체율은 지난 5월 20%를 넘은 뒤 급등해 현재 3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이다. 연체 중이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급전을 구하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기부를 받아 지난해 3월 도입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건 금융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소액생계비대출처럼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의 연체율이 유독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쉬운 대출 구조로 인해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몇천원의 이자도 갚기 어려울 만큼 취약계층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층의 연체율이 특히 심각했다. 20대 연체율은 36.2%로 가장 높았고, 30대도 32.4%로 뒤를 이었다. 경기 둔화와 취업난이 겹치면서 청년층의 빚 상환 여력이 크게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연체율은 감소했는데, 40대는 29.6%, 50대는 26.3%, 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22.6%로 나타났다.
서민들의 자금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달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여신전문금융업권의 가계대출은 카드론 증가로 전달 대비 6천억원 늘었다. 보험업권에선 보험계약대출을 중심으로 6천억원 증가했고, 저축은행업권은 신용대출을 위주로 4천억원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