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국무위원 공백 사태에 국정 불안정
권한대행 체제, 국제무대서 상징성과 결정권 만들기 어려워
대규모 직무 정지로 軍 지휘 체계 공백 초래와 안보 영향
헌재 최대 180일동안 심판 진행…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가결 후 정부 측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가결 후 정부 측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10.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정 공백과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당의 강경한 추진 속에 여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면서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파장은 결국 국가 운영의 불안정성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 체제로 인한 국정 공백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그 이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지만 이는 사실상 제한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강력한 리더십 발휘는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정 운영의 또 다른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은 국무위원들의 공백 사태다. 이미 여러 주요 부처 장관들이 사직하거나 직무가 정지되면서 국무회의 구성 자체가 불안정해진 상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사직 후 검찰에 구속됐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진 사퇴했다. 여기에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역시 12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직은 올해 2월 김현숙 전 장관의 사퇴 이후 계속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공백은 단순히 국정 운영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것을 넘어 국무회의의 정상적인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 국무총리 그리고 15명 이상 30명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21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만약 추가적인 탄핵 소추나 해임 건의가 현실화될 경우 의사와 의결 정족수를 간신히 충족하는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규정한 야당은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 또는 해임 건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국무위원 공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무회의 구성원 21명 중 8명이 공석이 될 경우, 의사 정족수(11명)와 의결 정족수(8명)는 충족할 수 있지만,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정상적인 논의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하고 있다. 2024.12.14.
[서울=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하고 있다. 2024.12.14.

◆한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 우려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인한 리더십 공백은 외교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 정책의 연속성 훼손은 물론 한국의 외교적 신뢰도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키고, 주요 외교 현안에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대통령이 갖는 상징성과 결정권을 대체하기 어렵다.

정상급 외교는 대통령의 존재가 필수적인 영역이다. 주요 정상회담이나 국제 협정 체결 등에서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발언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권한대행은 국제사회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기 어려워 외교적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주요 외교 아젠다다. 대통령 부재 시 이러한 외교적 과제가 표류하거나 중단될 위험이 커지며, 이는 곧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외국 정부와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장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던 국가들로 하여금 한국과의 협정 체결이나 파트너십 강화를 꺼리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의 외교 정책이 정권 교체와 탄핵 등 정치적 변수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한국의 외교적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요 국가들과의 외교적 연속성과 정책의 일관성은 국제 관계에서 핵심인데 탄핵으로 인해 이러한 연속성이 훼손되면 한국은 외교적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한미 관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급변하는 대외 정세에 대한 대응도 어려워진다. 대통령 부재로 인해 한미 간 협력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북한 문제와 같은 주요 현안에서 미국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2일(현지시간) CSIS 온라인 대담에서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한미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차 석좌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전직 참모들을 만났다며 “그들은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 영향을 미칠 일’의 예로 주한미군과 관세, 반도체 법과 관련된 사안을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 무대에서 강조해온 다자 협력과 국제기구에서의 역할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G20, APEC, UN 등 다자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주요 국제 의제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국가의 대표성이 약화되면서 이러한 플랫폼에서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ODA)이나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기존에 보여온 리더십이 퇴색될 위험이 있다. 이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던 노력이 좌절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교 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약화되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중요하게 추진해온 주요 외교 과제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12.10.

◆안보 공백 우려… 北위협도 주요 사안

군 주요 지휘관들의 잇따른 직무정지로 안보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한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도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신임 국방부 장관 임명의 시급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군 지휘관들에 대해 직무 정지 조치를 단행했다. 12일에는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직무 정지됐으며, 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정보사령관, 방첩사 1처장, 방첩사 수사단장 등 총 7명의 고위 군 지휘관이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 같은 대규모 직무 정지는 군 지휘 체계의 공백을 초래하며 국가 안보 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신임 국방부 장관 임명을 위한 인사 청문회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아 안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탄핵 이후의 정치적 공백이 북한에게 군사적 도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내부 혼란을 “정권의 약화”로 해석하며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 공백을 조속히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장관은 몰라도 국방부 장관만큼은 빠른 시일 내에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자리로, 혼란을 틈타 북한이 어떤 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며 신속한 인사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투입한 상황에서 여전히 군 통수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되지 않는 한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대통령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방부 장관 임명을 통해 안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리더십 공백은 남북 관계뿐 아니라 한미 공조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체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리더십을 상실하면 대북 협상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미 간 군사 협력의 축소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 역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약화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경제 불안 가중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로 자본을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금융시장은 탄핵소추안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미 변동성을 보였으며, 탄핵이 가결된 현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강조해온 첨단 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 노력도 탄핵 이후 공백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의 위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높은 에너지 가격 등으로 복합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빠질 경우 경제 회복과 성장 전략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 전문가는 “경제가 위기 상황에 놓인 시점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면 당연히 투자 유치와 기업 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탄핵은 정부의 경제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국제 신용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이던 핵심 정책들은 그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물가와 고금리, 저성장이라는 3중고 속에 정부의 경제 정책과 구조 개혁 과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우려가 제기된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헌법재판소는 최대 180일 동안 탄핵 심판을 진행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대통령의 직무 정지는 계속되며, 국정 운영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탄핵 인용 여부를 판단하기 전까지 정부와 여당은 방어 논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야당 역시 정치적 공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필연적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민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탄핵소추안은 정책보다 정치가 우선시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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