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건설사가 85% 차지
전체 폐업 건설사 2104곳
종합건설사 폐업 21% 급증
9월 취업자수도 4.6% 감소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출처: 뉴시스)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올해 건설사 부도가 27곳에 이르며 지난 2019년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지방 건설사가 전체 부도의 85%를 차지했으며, 미분양 사태와 자금난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폐업 건설사도 늘어나면서 고용 시장 위축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건설업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 부도는 총 2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곳)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날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부도를 신고한 건설사는 ▲서울 1곳 ▲경기 3곳 ▲지방 23곳으로, 지방 업체가 전체 부도의 8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부산(6곳), 전남(4곳), 경남(3곳) 순으로 나타나, 자금력이 약한 지방 중소 건설사가 타격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부도 사례로는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사 제일건설이 이달 3일 부도 처리됐다. 제일건설은 지난해 매출 1743억원으로 전북 시공능력평가 4위에 올랐으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자금난에 빠졌다. 지난달에는 부산의 시공능력평가 7위 신태양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폐업 사례도 증가세다. 올해 10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210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었다. 특히 종합건설사의 폐업은 394곳으로 20.9% 급증했으며, 전문건설사의 폐업도 1710곳으로 8.3% 증가했다. 신규 등록 종합건설사 수는 1~10월 기준 375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3곳)보다 59.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는 4199곳이 신규 등록되며 오히려 8.4% 늘어 대조를 보였다.

건설업 부진은 고용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9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5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하며, 2013년 2월(-5.6%) 이후 11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10월 취업자 수도 4.3% 줄며 감소세가 이어졌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가 1.4% 감소한 데 이어, 내년에는 2.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축소와 민간 설비투자 지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공공·민간 공사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지방 건설사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지방은 올해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늘면서 신규 공급 여력이 감소한 상태”라며 “내년에는 입주 물량도 줄어 지방 업체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 부도와 폐업 여파는 협력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건설사, 자재업체, 장비업체, 노동자 등 하도급 업체들은 건설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대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어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은 “건설업 불황은 단순히 업계의 문제를 넘어 서민 경제와도 직결된다”며 “협력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황에서 협력업체를 위한 보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건설 자재와 장비업자, 노동자 등으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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