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우리는 근래 몇 가지 지구적 사건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과연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으로 대량 파병되리라고 예측한 북한 전문가가 있었는가? 물론 필자도 어떤 분과 대충 예측하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전면 파병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또 하나 과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개 국가·적대 국가론을 천명하리라고 내다본 통일 전문가가 있었는가? 모두 1년 안에 벌어진 한반도를 둘러싼 대변혁들이지만 앵무새에 불과한 북한 및 통일 전문가들 어느 누구도 앞을 내다보지는 못했다. 모름지기 북한군은 트럼프 정부가 휴전을 성사할 경우 러시아 전후 복구 건설대로 남아 외화벌이에 전력투구할 것이다.

통일은 도적처럼 찾아온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게 우리 곁으로 찾아올 텐데 과연 대한민국의 통일 준비는 얼마나 돼 있는가? 오히려 시민에 의한 통일을 외치는 시민단체 ‘통일천사’가 더 정부의 통일부보다 일을 많이 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들하기 바라며, 감히 통일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초당, 초 정부적인 ‘국가통일위원회’를 창설하자고 제안한다. 통일천사는 지난 9월 28일 판문점 앞 임진각에서 분단 사상 최초로 드론쇼와 불꽃놀이로 판문점과 개성을 대낮처럼 밝혔다. 통일의 때가 눈앞에 닥쳐왔음을 북한 동포들에게 명약관화하게 알린 것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 아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 아니다. 바로 2500만 북한 동포들이다.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였던 이일규씨가 그것을 최근 재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가장 반통일 집단도 북한에 있다. 바로 김정은 독재정권과 그에 기생하는 족벌세습의 잔당들이다. 그동안 우리의 진보 정권은 바로 그 김정은 정권과 쉘 위 댄스를 즐기며 그것을 ‘통일운동’이라고 주절거렸다. 그러다가 평양이 두 개 국가론을 들고나오자 즉각 돌변해 당분간 평화가 우선이라고 또 잠꼬대를 하고 있다.

우리 통일부는 과거 어떤 기능으로 존재했는가? 좌파 정부에서 통일부는 ‘평양의 잡부 노릇’ 밖에 한 것이 없다. 남북대화가 시작되면 언론사에 제발 북한의 비위를 거슬리는 방송 좀 안 하게 해 달라고 애걸하고, 그때부터 이른바 통일 관계자들 눈에 탈북민은 ‘서울의 꽃제비’였다. 그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밥상 밑에 들어가 있다가 대화가 잠잠해지면 다시 나오라는 식이 아니었던가? 필자는 한 언론사에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의 뒤에 직책을 안 붙인다고 제재를 받았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대통령’ 자를 아끼면서 평양의 독재무리에게 존칭어를 안 붙인다고 투덜거린 사람들이 통일 관계자들이었다니 서글프기 짝이 없다.

물론 통일부 직원들이라고 그러고 싶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모두 훌륭한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이지만 정권이 그리 하라니 갑자기 앵무새가 돼 버린 것이다. 판문점으로 탈북한 2명의 20대 초반 북한 청년들에게 안대를 씌워 보낸 사람들, 경찰관·통일부 직원들이 아직 광화문 네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우리 신세대들이 왜 통일운동에 앞장설까 말이다. 모두 통일부가 정부에 예속돼 있다 보니 생긴 비극이다. 정파와 정당의 영향하에 놓여 있는 현재의 통일 시스템, 그걸 칼질하지 않는 한 매상 오르지 않는 ‘통일장사’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다. 

정파와 정당을 초월하는 국가통일위원회가 구성되면 참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정부 주도 통일론을 거둬들이고 시민에 의한 통일운동 시대를 개막하게 될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이 원하고 북한 동포 2500만이 거기에 호응하는 자유통일은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자유 국가 건설을 완성하게 될 수 있다. 국가통일위원회는 예산 한 푼도 정부의 프로파간다에 쓰거나 통일장사꾼들의 말장난에 써서는 안 될 것이다. 인사 구성도 진정 통일을 원하는 탈북민들 위주로 구성해 더 이상 통일군단을 ‘우리의 소원은 통일합창단’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묻고 싶다. 북한의 핵무기가 통일의 장애물인가? 미·중·러 등 주변국들이 통일의 장애물인가? 모두 아니다. 평양 정권의 존재가 최대 반통일 장애물이며, 우리 국민과 정부의 안이함과 정치인들의 이해타산이 가장 무서운 반통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8.15통일독트린으로 통일의 소프트웨어를 마련했으니 이제 국가통일위원회 구성으로 어그레시브한 통일운동의 포성을 울려야 한다. 윤 정부는 부디 역사가 안겨준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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