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DAC, 연례보고서 보니 

유럽 내 혐오 범죄 3배 껑충

폭력 전 세계적 증가 추세 

(출처: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OIDAC)
(출처: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OIDAC)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 지난해 10월 영국에 사는 무슬림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자베드 누리(32)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룸메이트가 그의 개종을 ‘배교’로 보고 죽어야 할 사람이라고 판단해 살인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룸메이트는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안토니 코브토뉴크 신부는 교회를 훼손하려던 신원 미상의 남성을 막으려다가 그가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신부는 중환자실로 이동됐다. 같은 해 7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도 성찬식 중 한 남성이 사제를 폭행하고 그의 목을 찌르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톨릭 교회를 저주하며 주교를 죽이겠다고 외쳤다. 

유럽에서 발생하는 종교 혐오 범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기독교라는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죽음에 내몰린 이들이 수천명에 이른다. 직장, 대학 등 공공장소에서 신앙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더 적대적으로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전국적으로 종교를 향한 폭력이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기독교인을 비롯해 모든 신앙인의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공공의 인식 제고와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지난 19일 기독 시민단체 ‘유럽기독교인에 대한 편협성과 차별에 관한 관측소(OIDA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35개국에서 발생한 기독교 혐오범죄는 2444건이다. 2022년(749건)과 비교했을 때 약 3배가 급증한 수치다. 이 중 232건은 개인에 대한 공격이었다. 

2023년 반기독교 혐오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는 프랑스로 총 1000건의 범죄가 발생했으며 이 중 90%는 교회와 묘지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어 영국(702건), 독일(277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에서는 전년 대비 범죄가 105%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OIDAC 측은 “독일 정부 공식 통계에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범죄만 포함되고 개인적인 혐오범죄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배제된 교회 기물 파손이나 방화를 포함한다면 최소 2000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혐오 범죄는 기물 파손 사례(62%)였지만, 위협(8%), 물리적 폭력(7%), 심지어 살인(2%)과 같은 더 심각한 사례도 발생했다. 

OIDAC 보고서는 유럽의 직장과 사회 전반에서 기독교 등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 것이 점점 더 적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차별, 괴롭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다양한 기독교 교파 교인 1562명 중 절반이 넘는 56%가 종교적 신념을 말할 때 적대감과 조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8%는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러한 응답은 젊은 연령대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 신앙인들 사이에선 차별, 거절 등 부정적 결과를 두려워해 의견을 보류하거나 심지어 신앙을 숨기는 이른바 ‘위축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유럽에서 개종자 등 종교적 소수자를 포함한 개인의 경우 더 큰 폭력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튀니지 출신의 한 기독교 개종자가 교회에 출석했다가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은 판결에서 공격자들이 같은 튀니지 출신으로, 그가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에 반대했던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OIDAC 유럽의 전무이사인 안자 호프만은 “유럽의 반기독교 공격은 대부분 교회와 묘지를 대상으로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독교인을 겨냥한 폭력적인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 또는 살인 미수 사건은 2024년 초부터 꾸준히 발생해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세르비아 등에서 25건을 기록했다. 

이러한 혐오와 폭력은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오픈도어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과 예배당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만 4766개의 교회와 기독교 건물이 공격받았고,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5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OIDAC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유럽 내 종교적 자유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모호한 법률로 인해 신앙 표현이 범죄화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EU 차원의 반기독교 혐오 조정관 임명과 기독교인 권리 교육을 통해 종교적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하기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