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공사비 회수문제 심각
못 받으면 결국 ‘손실 처리’로
“분양활성화로 문제 해결해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국내 10대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이 올해 3분기 기준 17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약 4.2% 증가한 수치로, 건설사의 미수금 규모가 국내외 공사와 분양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수금은 건설사가 계약에 따라 받아야 할 공사 대금, 분양 대금 등을 포함하며, 공사가 진행되거나 완공된 후에도 일정 기간 대금을 받지 못하면 이러한 미수금 항목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미수금 증가가 단기적으로 건설사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신규 사업을 준비할 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건설, 미수금 5조원 돌파… 1위 기록
17일 금융감독원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건설사 중 미수금 항목을 명확히 공개한 9개 회사의 총 미수금 규모는 17조 6370억원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이 중 5조 1066억원으로 가장 많은 미수금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말(3조 3233억원)보다 47.7% 늘어난 수치다. 항목별로 현대건설의 공사 미수금은 4조 909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분양 미수금은 196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4.5% 증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방의 분양 경기 침체로 일부 미수금이 늘었지만, 올해 2분기부터 해소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미수금 규모는 매출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대건설이 주도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경우 남아 있는 미수금 2141억원이 ‘완판’된 분양 물량에서 발생한 것으로 향후 잔금 입금과 함께 모두 해소될 전망이다.

◆대우·현대ENG 등 주요 건설사들도 미수금 증가
대우건설 역시 미수금 증가 폭이 컸다. 공사와 분양 미수금을 포함한 매출채권 규모는 2조 534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6.6%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기간 22.0% 증가한 2조 2307억원을 기록했으며,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도 각각 11.6%, 8.5% 증가하며 미수금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공사 미수금을 59.5% 줄여 4013억원으로 감소시켰다. 삼성물산과 GS건설도 각각 30.2%, 29.3% 감소한 1조 7946억원과 1조 9901억원을 기록하며 미수금 관리에 성공했다. 이는 해당 건설사들이 적극적인 채권 회수와 분양 촉진 마케팅을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해외 현장 ‘수금 전쟁’… 장기 손실 되기도
국내 미수금 문제 외에도 해외 공사에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2012년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경우 공사를 모두 완료했음에도 미수금 124억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 함께 리비아 내전으로 지난 2013년에 수주한 즈위티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는 현재까지 공정률이 35.2%에 그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미수금 164억원이 발생한 상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11년 파나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완료했으나 약 39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대손 충당금으로 처리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2019년 시작된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99%의 공정을 완료했음에도 50억원의 미수금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와 별도로 해당 사업에서 공사비 청구 과정에서 발생한 미청구 금액은 1690억원에 달한다.
건설사의 미수금 문제는 현지 경제 상황, 정세 변동, 발주처의 재정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대우건설은 과거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프로젝트에서도 약 200억원의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 처리한 사례가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수금은 건설사의 자금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미수금이 계속 쌓이면 근로자 급여나 새로운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건설업계가 경제 위기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미수금이 불어나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