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경쟁력 강화
리스크 분산 집중
독립 성장 본격화

정유경  ㈜신세계 회장. (제공: 신세계그룹)
정유경 ㈜신세계 회장. (제공: 신세계그룹)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세계그룹이 30일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마무리하며 각자의 본업에 집중하는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이번 승진은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의 독립적 성장을 확립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발표는 지난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분리된 이후 10년 넘게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그룹이 독립 경영과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 회장으로서 정유경은 신세계백화점 부문을 직접 지휘하며 책임 경영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9년 만에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이번 인사로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을 명확히 구분하고 독립적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했다.

정유경 회장의 지도 아래, 백화점 부문은 기존 면세, 패션, 아웃렛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고급화 전략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반면 이마트 부문은 정용진 회장이 이끌며, 이마트, 스타필드, 편의점, 슈퍼 등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계획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명희 총괄회장이 2011년 두 회사를 분할하며 시작된 ‘남매 경영’ 체제가 한층 공고해졌다.

지난 2011년 ㈜신세계에서 이마트가 인적 분해된 이후, 신세계그룹은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왔다.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호텔, 건설 사업을 키웠으며,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뷰티 등을 안착시키며 각자의 사업 부문을 확립해왔다. 지난 2016년 두 사람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얽혀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하고 분리 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최근 몇 년간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부문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계열 분리를 준비해 왔다. 백화점 부문은 패션, 뷰티, 면세, 아웃렛 사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였고, 이마트 역시 스타필드와 스타벅스, 이마트24 등을 통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선도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도전을 극복하고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2023년이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의 해로, 그간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실행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백화점 부문을 디지털 혁신과 고객 경험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을 적극 도입, 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탐색하고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혁신적인 쇼핑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정 회장은 백화점을 예술과 문화가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번 계열 분리를 통해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배구조도 더욱 투명해졌다. 정유경 회장과 정용진 회장은 각각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18.56%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명희 총괄회장은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두 사람에게 증여하며 각자 최대 주주가 됐다.

이마트의 주요 계열사로는 SSG닷컴, G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이 있으며,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중심으로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SSG닷컴이 유일하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을 이마트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계열 분리를 완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0%씩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에게 양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남매가 경영해온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두 업을 구분해 본업을 더 잘하기 위한 하나의 기업 혁신·쇄신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을 기점으로 법적, 제도적 준비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계열 분리가 완성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정에 따라야 하며,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에 달하며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공정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약 62조원으로 재계 11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계열 분리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각 부문의 독립적 성장을 추구하며, 책임 경영을 통해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영 리스크를 분산하고 남매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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