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억명 천식 앓아… 국내 20명 중 1명꼴 발생
‘감기가 천식된다’ 인식 잘못, 각각 원인·치료법 달라
“감기로 오인해 방치하면 위험… 전문가 도움 받아야”

서기현 순천향대 천안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천지일보 2024.10.28.
서기현 순천향대 천안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천지일보 2024.10.28.

[천지일보 천안=박주환 기자] 환절기에는 기온 차이가 커지면서 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이런 경우를 단순한 감기로 생각해 약국이나 병원을 찾지만, 실제로 기관지 천식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천식은 전 세계적으로 약 4억명이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명 중 1명 정도가 천식 환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환절기에는 이러한 천식 증세가 더욱 두드러지며, 많은 이들이 이를 감기로 착각하고 치료를 지연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감기가 오래되면 천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감기와 천식은 명확히 다른 질환이다. 물론 감기가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고,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감기에 더 자주 걸릴 수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감기와 천식은 그 자체로 완전히 다른 원인과 치료법을 지닌 병이다. 감기로 인한 기침은 보통 2주 이내에 호전되며, 기침 외에도 열이나 콧물, 두통 등 전신적인 증상이 동반된다. 반면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몇 개월간 반복적으로 지속되며,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심한 경우 잠에서 깨기도 하고, 호흡곤란을 느낄 수도 있다.

천식은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많아 감별이 어렵다. 특히 발작적인 기침, 호흡 곤란,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쇳소리 등이 나타나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차가운 공기, 운동, 애완동물, 먼지, 곰팡이 등의 자극에 노출될 때 증상이 심해지거나, 주로 낮에는 괜찮다가 밤에 악화되는 패턴이 보이면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천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유발될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는 특징을 가진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에서는 천식 자가진단을 위한 10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밤에 숨이 차거나 심한 기침으로 잠에서 깬 경험이 있는지, 기침이 자주 오고 한번 걸리면 3주 이상 지속되는지, 감기약을 복용한 후 숨이 차거나 호흡이 어려워진 경험이 있는지 등이 포함된다. 또 운동 중이나 운동 후에 숨이 차거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경우, 추운 날씨에 외출하면 기침이 심해지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 증상으로 코막힘이나 재채기가 자주 발생하거나, 눈 가려움이나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도 천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족 중에 천식이나 유사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 자가진단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천식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의 진찰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천식 환자가 이러한 모든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천식은 개인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적인 기침만을 호소하는 기침성 천식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몇 가지 증상만으로 천식을 확정짓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3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기침의 원인은 기관지 천식 외에도 비염이나 만성 부비동염으로 인한 후비루 증후군, 위식도 역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호흡기 전문가의 진찰과 함께 폐기능 검사, 알레르기 검사, 객담 내 염증세포 검사 등 여러 가지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서기현 순천향대 천안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은 감기와 초기 증상이 비슷해 단순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호흡 부전이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며 “따라서 천식 자가진단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가능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식은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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