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결망 폭파 소식 전하며
‘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 공개
南무인기 침투 등도 간접적 지적
도로와 경의·동해선 철도도 폭파
“국경 영구적 요새화 조치 계속”
北주민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어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합참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군은 오늘 정오께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사진은 우리 군 CCTV에 잡힌 경의선 도로 폭파 장면. 2024.10.15 [합참 제공 영상 캡처]](https://cdn.newscj.com/news/photo/202410/3189686_3233593_557.jpg)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내용을 담아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주장한 남북 간 ‘적대적 두 국가론’을 법적으로 뒷받침한 것인데, 통일 등에 관한 조항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관련 작업도 마무리됐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北매체, 헌법 개정 우회적 언급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틀 전 있었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따른 합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그간 공개하지 않다가 남북 연결 도로 폭파 소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북한은 이달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지만 당시 헌법 개정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어 당장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거나 이번 회의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보도로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적시하는 등 제도화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이번에도 남북 관계 및 통일 등에 관한 조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적대국임을 적시하고 있어 통일 지우기 작업 등도 헌법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별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그러더니 올해 초에는 헌법을 개정해 통일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신설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교육한다는 내용도 반영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적들의 도발로 전쟁 접경 치달아”
북한은 남측 무인기의 평양 침투 등도 간접적으로 지적하며 남북 연결 도로 폭파가 불가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에서 출발한 필연적 조치”라고도 전했다. 한반도 정세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1일 밤 “한국이 지난 3일, 9일, 10일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키고 삐라를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군 수장은 국정감사 질의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가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등 오락가락하다가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라지만 군은 아니더라도 군과 연관된 측에서 보낸 걸 사실상 인정한 게 아니냔 관측이 나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장관이 한미일 외교자차관회의를 위해 방한한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대선을 앞두고 국지전 발발 가능성 등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관리가 필요했단 얘기다.
실제 군 안팎에선 남측 무인기 평양 상공 투입으로 북한을 발끈하게 하는 등 정치적 코너에 몰려있는 윤 정부가 남북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실 내 안보실에서는 내년 흡수 또는 북진 통일론을 주장하는 등 극우적 시각을 가진 세력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말들도 나돈다.
◆北도발 자제하고 있단 관측도
군 전문가 일각선 북한이 윤 정부의 도발 유도에 말려들고 있지 않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번에 여러 번에 걸친 무인기 침투에 즉각 반응하고 나설 줄 알았는데 북한이 자제하고 있단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천지일보에 “윤 정부가 무척 당황했을 것이라는 얘기들도 있다”면서 “세 차례나 무인기를 평양에 띄웠는데도 북한이 참변 운운하며 경고하면서 도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권이라면 또 날려 보낼 가능성이 큰데 미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 미 국무부 부장관이 날아온 것도 정례적인 성격이라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관리 차원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긴장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전문가는 “한미일 외교차관은 공동으로 남북 연결 도로 폭파를 규탄하고 의도적 긴장 조성 행위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지만 이는 남북 단절 작업과 관련된 것”이라며 “북한이 미군에 통보하는 등 우발적 충돌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한 것도 요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립에 처해있던 이전과 달리 확실한 우군 가세로 인해 체제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덜해진 터라 남북 관계 단절에만 몰두해 왔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번 두차례 남한을 겨냥해 핵위협을 하면서도 먼저 공격할 의사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반면 군이 무인기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무조건 반대하고 아니라고 하는 이 정권의 특수성도 있지만 국방장관이 국감 첫 답변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한 사실을 문제삼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군이 무인기를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면 더 큰 문제다. 우리 안보가 심각한 균열 상태라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 경우라면 민간 단체가 기술력 등을 외부 조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남북 도로 폭파 총참모부 지휘”
북한은 남북 연결 도로 폭파를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휘했다고도 알렸다. 그러면서 남북 단절을 계속 강조했다.
통신은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15일 “남부 국경의 동서부 지역에서 한국과 연결된 우리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북한이 15일 당시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의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으나 북한 보도를 통해 도로와 함께 남북 연결 철도도 폭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성 대변인은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 폐쇄했다”며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환경보호성 대변인은 “폭파가 주변의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치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연결 통로가 철저히 분리됐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번 조치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에 따른 것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해당 소식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도로와 철길 폭파 장면을 담은 사진 3장과 함께 보도했다.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도 이 소식을 전했다. 하루 건너 보도해 사실 관계를 전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