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만기 최장 50년→30년
DSR 한도 축소 폭 2배로 커져
1억 연봉자 대출 6.9억→5.7억
주담대 잔액 5일간 8834억↑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함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만기 축소로 대출 한도가 1억원 이상 깎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 상품의 한도 감액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는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만기가 3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현재 내주지 않고 있거나 이번 주부터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만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일괄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장기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였고, 우리은행은 9일부터 같은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만기 논란에 대응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최근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30년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10년∼20년 짧아지면 DSR 계산식에서 한 해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급증한다. 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액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는 DSR 계산식에 적용하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높여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다.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의 경우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도입 이후 수년간 DSR은 현재 시점의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됐지만, 올해 2월 26일부터 이른바 ‘스트레스 DSR’ 체계로 바뀌면서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금융소비자는 개별은행의 주담대 만기 축소(30년 이상 만기 불가)와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동시에 받게 된다. 한도 축소 효과도 이 두 규제가 복합된 결과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9월 이후 2단계 스트레스 DSR 체계에서 연봉 1억원인 A씨가 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을 경우, 5.79%(은행 금리 4.59%+스트레스 가산금리 1.20%p)의 금리를 적용해 DSR 40%(연봉의 40%, 4천만원)를 채워 최대 5억 6800만원(연간 원리금 3995만원=원금 1893만원+이자 2102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 대출자가 지난달 1단계 스트레스 DSR 단계에서 4.97%(은행 금리 4.59%+스트레스 가산금리 0.38%p)의 금리로 40년짜리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6억 9400만원(연간 원리금 3999만원=원금 1735만원+이자 2264만원)까지 가능했다.
불과 며칠 사이 한도가 1억 2600만원(6억 9400만원-5억 6800만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50년 또는 40년 만기가 가능했던 지난달 30년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한도 축소 효과는 5500만원(6억 2300만원-5억 6800만원)이다.
같은 조건(만기 40년→30년, 수도권 주택)에서 혼합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 변동금리)나 주기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0개월 주기 변동금리) 상품의 한도 축소 폭도 각 1억 3600만원(7억 8800만원→6억 5200만원), 1억 2200만원(8억 200만원→6억 8천만원)에 달했다.
다만 현시점의 절대 한도는 혼합형·주기형 상품이 변동형보다 1억원 안팎으로 많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더 유리하다. 변동형(1.20%p)보다 혼합형(0.72%p)에, 혼합형보다는 주기형(0.36%p)에 더 적은 스트레스 금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소득 조건을 바꿔 연 소득 7천만원 대출자가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경우, 만기가 40년에서 30년으로 줄고 2단계 가산 금리가 더해지면 한도가 4억 8500만원에서 3억 9800만원으로 8700만원 줄어든다. 같은 조건의 연 소득 5천만원 대출자 한도 축소 폭은 6300만원(3억 4700만원-2억 8400만원)으로 추산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9월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7~8월 대비 다소 둔화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726조 64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25조 3642억원) 대비 1조 2792억원 늘어난 액수다. 지난 7월 7조 1660억원, 8월 9조 6259억원 등 역대급 증가 폭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다소 둔화됐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569조 5450억원으로 지난달 말(568조 6616억원) 대비 8834억원 늘었다. 5일간 하루 평균 증가액은 1700억원대로, 지난달 하루 평균에 가깝게 늘었던 것과 비교해선 증가세가 둔화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 일부는 신용대출로 이동했다. 부족한 주택 구입 자금을 신용대출로 메우려는 수요가 늘고 신용대출까지 조이기 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까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 3921억원으로, 지난달 말 103조 4562억원 대비 4759억원 늘었다. 8월 한 달 늘어난 잔액이 8495억원이었다. 이달 한 주에만 지난달 증가분의 50%를 넘은 것이다.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6월 2143억원, 7월 1713억원 감소하다 지난달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