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등 무리한 판촉 마케팅 동원
큐익스프레스 상장 위한 수단 활용
티몬·위메프,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

[그래픽=박선아 기자] ⓒ천지일보 2024.07.30.
[그래픽=박선아 기자] ⓒ천지일보 2024.07.30.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겪는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실상 재무 관리 기능을 박탈당한 채 영업·마케팅만 무리하게 진행하는 등 비정상적인 조직 운영을 한 것이 드러났다. 티몬과 위메프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상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해 4월 티몬의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본부를 큐텐으로 통합한 후 6월에는 개발과 재무 기능까지 흡수했다. 같은해 5월 인수한 위메프도 인수합병 즉시 개발·재무 파트를 흡수 통합했다. 조직 개편에 관한 별도 공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는 영업본부만 정상 기능을 수행하면서 매달 큐텐에서 판매 건수 목표량이 내려오면 해당 목표량을 맞추는 데에만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목표량 충족 여부에 따라 각 조직의 인사고과가 매겨졌고 성과급이 책정됐기 때문에 ‘역마진’에 이르는 무리한 판촉 마케팅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무리한 판매 경쟁으로 인해 회사의 손실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게 됐고 지금과 같은 미정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큐텐이 두 플랫폼의 재무를 총괄하면서 티몬·위메프의 임직원들은 자사의 재무 상태가 어느 정도로 악화됐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티몬·위메프의 이런 비정상적인 판촉 활동을 제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티몬·위메프 인수합병과 지금까지의 과정들이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구영배 큐텐 대표의 큰 그림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건수가 늘어날수록 물류를 맡은 큐익스프레스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이기에 상장을 위한 매출 키우기 수단으로 두 플랫폼을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티몬·위메프는 지난 29일 “대다수의 거래 중단과 회원 이탈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자들에게 물품 대금 2100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액수는 지난 5월까지 미정산된 금액으로 최악의 경우 미정산 규모가 최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회생은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채무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받은 뒤 법원의 지휘를 받아 기업을 살리는 절차지만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금융 채권과 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당분간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법원은 향후 심문기일을 열어 두 회사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한 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통상 이 절차는 1주일가량 걸린다. 심문에는 채무자(대표자)를 소환해 회생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하게 한다.

법원은 회생 신청의 이유를 살펴본 후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산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내리게 된다. 재산 보전처분이 내려지면 임금·조세 등을 제외한 기존 채무를 상환할 필요가 없어진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회사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고 인정하면 관리인이 회사의 향후 사업 수익에 대한 추정을 기초로 회생 채무 변제계획을 작성하는 회생계획안 제출을 명한다.

이후 채권자와 담보권자 등의 동의 등 과정을 거쳐 인가 요건을 충족할 경우 법원은 회생계획을 인가한다. 인가될 경우 관리인은 지체없이 회생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지급 불능, 채무초과 등 파산 원인이 채무자에게 있고 회생 가망이 없다고 법원이 판단하게 되면 파산 선고를 할 수도 있다.

두 회사는 “지난 7월 8일 당사의 일부 판매 회원들이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해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당사의 자금 상황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거래 중단 및 구매, 판매 회원들의 이탈이 시작됐다”며 “당사는 정산 지연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자 여러 조치를 했으나 계속되는 언론 보도와 이에 따른 거래 중단 및 구매, 판매 회원의 이탈은 점점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여파로 당사의 현금흐름 또한 급격히 악화됐고 이는 결국 정산금이 지급되지 못함으로써 영세한 사업자인 판매 회원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의 구매회원들이 일시에 거래 취소를 요청해 왔고 관련 시스템 등의 한계로 인해 모든 거래 취소 건에 즉각 대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판매 회원뿐 아니라 소비자(구매 회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또 다른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그로부터 창출되는 수익과 현금흐름을 통해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와 확신을 갖고 전사적 노력을 다해 왔다”며 “한 가지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발생·확산시키는 현재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판매 회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득이하게 회생개시 신청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회생 제도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채권자인 판매 회원들과 소비자인 구매 회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뼈를 깎는 자구 방안을 수립, 실행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또한 “법원이 회생제도 내에서 운영 중인 新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프로그램)을 신청해 바로 강제 회생절차를 개시하는 기존의 방식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펀드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 가능 여부 등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티몬·위메프의 입장은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나온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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