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탐구센터 ‘개신교인의 가족 신앙에 대한 조사’
부모 신앙 수준과 자녀 신앙 수준 비례… 되물림 우려
목데연 “교회, 3040 신앙 육성·가정 신앙 활성화 필요”

십자가와 성경책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십자가와 성경책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교회에서 가족 종교화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독 청소년 중 부모가 기독교인 비율이 86%로 나타나 교회보다 가족이 더 큰 신앙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어린 시절 ‘신앙적’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문제는 신앙 수준도 되물림 된다는 점이다. 현재 3040세대에서 자녀 신앙 양육을 위한 노력 비율이 낮아 신앙 계승 단절의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회탐구센터는 자녀 세대로 이어지는 신앙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 지난해 7월 28일~8월 11일까지 초등학교 전(미취학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전국 만 19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개신교인의 가족 신앙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자녀들 신앙, ‘어머니’ 영향 절대적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신의 학창 시절 신앙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을 물은 결과 ‘어머니’가 54%로 압도적 1위였고, 이어 ‘아버지’와 ‘목회자·교역자’가 각각 13%로 나타났다.

현재 크리스천으로서의 신앙적 성향 및 정체성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요인을 물었더니 응답자 3명 중 2명(66%)은 ‘크리스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이라 응답했는데, 특히 부모 모두가 개신교인인 경우는 76%로 더 높았다.

이어 응답자 본인의 신앙 수준을 아버지·어머니의 신앙 수준과 비교해 보니 전반적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신앙 수준과 응답자 본인의 신앙 수준이 비례했다. 부모의 신앙 수준이 높을수록 현재 자녀 세대의 신앙 수준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결과다.

◆자녀 생기기 전보다 신앙생활 더 못해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는 결혼 후 신앙생활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고, 자녀 유무별로 차이를 살펴보니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결혼으로 ‘신앙생활을 더 잘하게 됐다’가 41%로 ‘잘하지 못하게 됐다(17%)’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 결혼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됨을 보여줬다. 반면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자녀가 없는 부부보다 ‘신앙생활을 더 잘하게 됨’ 비율이 11%p 떨어져 육아의 어려움이 신앙생활을 원활히 하는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3040세대, 자녀 신앙 양육 노력 부족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 물었더니 ‘노력함’ 59%, ‘노력 못 함’ 41%로 자녀가 있는 교인 10명 중 4명 정도는 자녀의 신앙적 양육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앙 양육을 위해 ‘매우 노력’ 한다는 적극적인 부모는 14%에 불과했다.

또한 연령대가 낮을수록 ‘노력 못 함’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30대 이하(57%)와 40대(49%)의 경우 ‘노력 못 함’이 ‘노력함’ 비율보다 높아 3040세대에서 신앙 계승 단절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부모 신앙 약해서 신앙 양육 못 해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부모인 내 신앙이 확고하지 않아서’가 26%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각자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서’ 21%, ‘자녀의 학업·일이 우선이어서’ 16%, ‘자녀가 신앙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서’ 13% 등의 순이었다. 부모 요인(신앙 약함+교육 방법 모름)과 자녀 요인(학업 우선+비신앙)으로 묶으면 각각 35%, 29%로 부모 자신의 요인이 더 컸다.

영적인 가정을 위한 교회 역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필요하다(80%)고 응답했으며, 가정을 영적으로 세우기 위해 교회가 지원해야 할 사항에 관해서는 ‘부모 역할 교육’을 49%로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자녀와 함께 하는 신앙 프로그램’ 38%, ‘가정예배 드리는 법’ 36%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의 넘버즈 231호에 실렸다. 목데연은 조사 결과에 대해 “가정에서의 신앙 계승 약화는 한국교회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교회는 3040세대의 신앙 육성과 가정 신앙 활성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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