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십자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목회자의 설교 표절 논란이 또 터졌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고질적인 설교 표절 및 도덕성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최근 경기 안산의 대형교회 A교회는 담임인 B목사의 표절 논란으로 시끄럽다. B목사의 설교 표절은 절기 등 상황에 맞지 않는 설교 내용에 의문을 가진 교인들이 그의 설교에 대해 직접 조사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B목사는 7년간 중소형 교회 목회자부터 대형교회 원로목사 등의 설교를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인들은 확인된 표절 설교만 120건이 넘는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B목사는 표절이 아니라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부분적으로 인용한 것이라고 공개 해명에 나섰지만, 공분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B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지난 1월 29일 소속 교단에 그를 고소한 상태다. 해당 교단 측은 B목사 기소 여부에 대해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목회자의 설교 표절에 관한 범과 조항이 없어 징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교 표절은 논란이 된 A교회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지난 200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목회자 363명을 대상으로 한 ‘설교 준비, 설교문 작성 실태 및 의식조사’에서 타 목회자의 설교를 그대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목회자는 43%에 달했다. 10명 중 4명이 설교 표절을 인정한 셈이다.

설문이 방증하듯 한국교계에서 설교 표절 문제는 이미 뿌리 깊은 병폐라는 게 교계 많은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만연해 있는 만큼 근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때는 대형교회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나 예화 자료들을 모아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돈을 지불하면 설교문, 설교 자료, 타인의 신학 논문까지 얻을 수 없는 게 없었다.

설교를 베낌으로 생기는 논란은 많다. 목회자를 하나님의 메신저로 여기는 교인 정서상 설교 표절은 교인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형교회에서도 담임 목사가 타 교회에 올라온 설교를 그대로 사용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17년 5월 미국 뉴욕 퀸즈한인교회 이모 목사가 다른 교회 홈페이지에 있는 설교의 제목과 내용을 거의 그대로 표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목사는 논란이 커지자 결국 사임했다.

목회자들이 표절을 하는 이유는 교계 신학 교육의 현실적 문제와 개인의 신앙적 재량 부족, 바쁜 목회 사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주채 목사는 지난 2014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열린대화마당에서 목회자들이 설교 표절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능력과 자격을 갖지 못한 목회자가 많다며 이는 신학교에서 별다른 검증 없이 자격증을 남발하거나 신학교육이 부실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설교자로서의 소양도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목사가 돼 과중한 설교사역을 하게 되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절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표절을 무조건 나쁘게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문강 목사는 지난 2015년 ‘표절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설교자는 자신의 설교를 위해 준비가 필요한데, 그렇다고 다른 설교에 대해 귀를 닫는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된다”며 “좋은 내용이 있으면 자기 것으로 소화해 설교하는 것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목회자는 “신학교에서부터 성경 말씀을 통한 복음 전파와 목양 교육보다는 교회의 성장이나 행정 및 관리 같은 외적 관련 역할을 강조 받아 오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목회자들이 양성되다 보니 실제 목회 환경에서 설교 준비에 어려움을 느끼는 목회자들이 대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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