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새해 벽두부터 일본 노토반도에 강진이 덮쳤다. 지금까지 2백여명에 가까운 사상자와 3만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쓰나미에 여진까지 후폭풍이 거세다.
원전 불안 또한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노토반도 서쪽에 있는 시카 원전에서도 진도 7이 관측된 가운데 최대 5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왔고, 발전소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지반이 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격의 여파로 원전 변압기 배관이 손상돼 기름과 방사성 오염수가 누출됐으며, 변전소와 송신선 설비 일부가 훼손된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다행히 쓰나미로 인한 냉각장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아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노토 반도 일대 단층이 파괴되면서 원전 주변에 또다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사고에 대한 위험과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나 불안이 바다 건너 이웃 나라만의 일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최근 부쩍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태껏 일본과 같은 규모 7 이상의 강진은 없었지만 불과 한 달 전에 규모 4.0의 지진이 경주 지역에 발생한 바 있다. 2016년 가을에는 그보다 강한 규모 5.8의 지진이, 7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이상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더구나 최근 지진이 자주 발생한 이곳 동해안은 우리나라 최대의 원전 밀집단지가 있는 지역 아니던가. 이곳에는 이미 원전 14기가 들어서 있고, 현재 2기가 건설 중에 있다. 경주 월성에 6개, 기장 고리에 8개의 원전이 있으며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중이다.
지진은 원전에 가장 치명적인 자연재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최근 지진이 잦은 이곳 고리와 월성 원전 가까이에 활성단층 5개가 있다는 사실이 정부 차원의 단층 조사를 통해서 확인이 되어 또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한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동남권(경남·경북, 부산, 울산)에서 14개의 활성단층 분절이 확인되는데 이 가운데 5개가 설계 고려 단층이라는 것이다. 원전을 설계할 때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고려해야할 활성단층이 5개나 존재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런 지질학적 특징을 반영해 원전이 안전하게 설계 건설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원전 주변 활성단층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 이번 조사가 처음이라하니 이미 운영중인 원전은 설계고려 없이 건설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존재가 확인된 바 없으니 지금까지 원전 설계 때 고려 되었을 리가 만무하지 않겠나.
그럼에도 정부는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가 리히터 규모 6.5~6.9 수준으로, 충분한 내진 여유도를 확보하고 있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호언한다. 하지만 만약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위험에 빠진다.
또는 그 이하의 지진이라 하더라도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가령 부실한 점검이나 실수 혹은 기기의 결함이나 부품의 불량 등이 겹칠 경우 또한 원전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100% 안전을 담보할 방법은 없다.
실제로 고리·월성의 원전 16기 가운데 활성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모 6.5 이상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은 고작 신고리 3~6호기 4기뿐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는 이에 미치지 못하며 만일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7.6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버텨낼 원전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수명 연장이 추진될 노후 원전 10기 중 절반 이상이 고리·월성에 있다.
그래서 활성단층 부근에 있는 원전에 대해 하루빨리 안전 보강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우선 운영중인 원전에 대해 철저하고 독립적인 안전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차제에 내진 설비가 충분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원전이라면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원전을 당장 멈추지 않을 거라면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고리2호기와 같은 수명 다한 노후 원전은 연장가동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을 철회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처럼 건설단계에 있는 원전 건설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지진에 정통한 일본 지질학회도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호언장담이 아닌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 중장기적으로는 탈원전으로 가는 에너지 전환의 계획을 수립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