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승인으로 한반도 전역에 관광 케이블카 광풍이 불고 있다. 국립공원 지리산을 필두로 한라산, 계룡산 등 웬만한 국립공원이나 풍광이 좀 수려하다고 알려진 관광지 곳곳에 너도나도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난리다.

해당 지자체가 앞장 서서 마치 케이블카가 지역을 먹여 살리는 황금알이라도 되는 양 앞다투어 유치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지자체는 한결같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활성화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공언한다. 덧붙여 교통약자를 위한 복지 서비스 제공과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개발을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심지어는 케이블카 건설이 오히려 등산객으로부터 산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궤변마저 늘어놓는다.

산악관광 케이블카 건설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환경이 훼손돼 아름다운 풍광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는 논외로 하자. 산악 케이블카는 시설 그 자체가 경관을 해치고 건설과정에서도 대규모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며 운행 과정 또한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임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서 관광 케이블카 개발은 불가피한 것일까? 과연 케이블카는 생태계 파괴와 자연환경의 훼손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비장의 카드요, 지역 발전을 보장하는 블루칩일까?

한마디로 말해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팔도강산 어디에도 관광 케이블카 사업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났거나 지역주민들이 혜택을 보거나 낙수효과를 누린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케이블카가 예상만큼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운영으로 흑자를 내는 곳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흑자를 내는 몇몇 곳 또한 그 이익은 고스란히 개인사업자에게 돌아갈 뿐 지역 경제와는 무관하다.

우선 기대하는 것만큼 이용객이 많지 않다. 심지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마저 이용객이 많지 않다. 한마디로 인기가 별로란 말이다. 자료를 살펴보면 성공적인 케이블카로 불리는 서울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통영 미륵산도 관광객 대비 이용객은 3.6% 가량이며, 다른 곳의 이용률은 2%를 밑돈다. 자치단체들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관광 케이블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흑자를 내는 곳도 거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관광 케이블카는 41곳이 운영되고 있다. 2015년까지는 20곳 정도밖에 안 됐는데 8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 2007년 통영 케이블카와 2014년 여수 케이블카가 대박나자 그런 성공모델을 보고 우후죽순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 통영과 여수의 해상케이블카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장 초기 반짝하다 이내 침체기로 빠지며 운영난에 허덕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롤모델로 여기는 통영 케이블카 마저 사정이 여의치 않은 편이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통영 케이블카는 한때 연평균 128만명 정도가 이용하며 8년 만에 누적 이용객 천만명을 돌파한 ‘국민 케이블카’로 각광받았으나 현재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16년부터 차츰 이용객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9년에는 85만, 2020년엔 43만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2021년에는 42만, 이용객 수가 계속 줄면서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가장 모범사례인 통영이 이러면 다른 곳은 어떨까? 경남 사천 바다케이블카도 개통한 2018년에는 흑자를 냈지만 그 뒤로 이용객이 계속 줄면서 2020년에는 40억 손실로 전환됐다. 부득이하게 요금 인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지만 관광객 이용이 줄어드는데 요금만 올린다고 적자가 해소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케이블카 역사에서 불패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어떨까.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연간 탑승객 수가 약 70만명이고 연간 흑자 규모는 30억~4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50년 넘게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케이블카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 속초 설악동 상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황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설령 케이블카 사업이 대박 나더라도 주변 상권을 포함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관광 사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체류형 관광이 돼야 하는데 케이블카는 오히려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을 더욱 가능케 하기에 지역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연간 케이블카 이용객이 70만명 이상 유지하는데도 설악동 상권은 오히려 날이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듯 케이블카가 지역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고, 케이블카가 지역주민을 먹여살릴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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