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추산 ‘1만명’ 서울광장 운집
추모대회에는 인요한·이재명 등 참석
야당 대표들 ‘특별법 신속 제정’ 약속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유영선, 이한빛 기자]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 주십시오.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상의 안전에 대해 의심하는 마음을 갖게 된 이 참사를 기억해 주십시오.”

이정민(故 이주영 부친)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여는 말을 통해 “그 기억이 조금씩 모여 커진다면 다시는 대한민국에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더 이상의 유가족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로 159명의 숨지고 196명이 다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았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시민 1만명, 경찰 추산 7000여명이 참석했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홍익표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여당에서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단 한 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정민 이태원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정민 이태원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그는 “가족을 잃은 슬픔 마음과 고통의 순간을 위로받으면서 1년 전의 악몽 같은 시간을 돌아보며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는 이 시간은 결코 정치집회가 아니다”라며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운영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제 우리에겐 특별법만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이라면서 “참사 앞에는 여야가 없고 모두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특별법 통과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3.10.2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야당 대표들은 단상에 올라 유가족을 위로하며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추도사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등이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오늘 이 자리조차 끝끝내 외면했다”며 “국가는 참사 때도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들 곁에 없다.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 마음,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오송 참사와 해병대원 사망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추도사에 나선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미 진상 규명은 다 됐다는 궤변으로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이 정부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며 “그 어떤 방해 세력도 물리치겠다.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 및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 및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도 “1년 전 오늘 이 순간 별처럼 빛나고 있었던 그리고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159명 한 분 한 분의 영면을 진심으로 바란다”며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은 이날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인 이태원 추모 발길 이어져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 입구 ‘추모의 벽’ 앞에는 추모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음료, 과자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10.29’라는 메모가 적힌 포스트잇들도 곳곳에 자리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4대 종교 기도회가 끝난 뒤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길’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4대 종교 기도회가 끝난 뒤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길’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0.29.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임환희씨(21, 여)씨는 “참사가 일어날 당시 압사를 당했다는 소식에 ‘어떻게 여기서 사상자가 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나중에 SNS에 현장 영상도 접했는데 그걸 보고 3일 동안 잠을 못 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 추모하러 와보니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걸 느끼게 됐다. 또 유가족분들께서 건강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아영(44, 여)씨는 “현장 영상이나 뉴스 속보를 통해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걸 봤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어서 밤새 울면서 밤을 지새웠었다”며 “현재 아이를 키우는 처지라 이때 당시 아이들을 잃었을 부모님들을 생각하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9.

송파구에 거주 중인 문채원씨(27, 여)씨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서 정신을 못 차렸었다”며 “하지만 다들 아는 것처럼 신고도 조치도 진상 규명 어느 된 게 없어서 정말 화도 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분들의 억울함이 풀어질 수 있도록 그때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밝혀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거주 중인 김성민씨(27, 남)씨는 “취업 준비를 하려고 올라왔다가 이태원 참사 추모식을 한다길래 들렀다”며 “추모 현장에 와서 ‘보고 싶다’ 이런 메시지를 적은 내용을 보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4대 종교 기도회가 끝난 뒤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길’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0.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4대 종교 기도회가 끝난 뒤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길’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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