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여전히 ‘악몽’ 속 살아
1주기 맞아 추모 행렬 이어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한 유가족이 ‘엄마 아빠는 지금도 널 그리며 기다리고 있단다. 어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렴’이라는 글을 남겼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한 유가족이 ‘엄마 아빠는 지금도 널 그리며 기다리고 있단다. 어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렴’이라는 글을 남겼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엄마 아빠는 지금도 널 그리며 기다리고 있단다. 어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렴.’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3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유가족 이호수(가명, 남, 50대)씨가 붙인 포스트잇 속 글귀다.

화창한 가을 날씨지만 이날 이태원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웃음소리보단 적막감이 맴돌았고, 60걸음이면 통과할 사고 현장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온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넋을 기리기 위해 피운 향 연기가 끊기지 않고 피어올랐다. 추모 공간 벽에는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글귀가 적힌 빛바랜 포스트잇과 새로 쓴 포스트잇이 가득 붙여져 있었고, 바닥에는 국화꽃들과 커피, 바나나우유 같은 음료 등이 놓여있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이씨는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1시간가량 거리에 있는 타지에 살고 있다는 그는 수시로 추모 공간을 찾았다고 한다. 

이날도 작은 가방을 메고 검의 의상으로 추모 공간을 찾은 이씨는 20여분간 가만히 선 채로 추모 공간을 바라보다가 딸에게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남기고 떠났다. 그는 “아직도 믿겨 지지 않는다. 유실물로 받은 건 휴대폰 하나인데 열어볼 수가 없다”며 “열어봐야 사진도 빼고 할 텐데 열어보면 현실이 될 거 같아 열어보기가 무섭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날 이후로 입맛도 없고, 수시로 위경련을 겪고 있다”며 “잠도 무서워서 못 잔다. 최대한 버티다가 수면제를 먹고 자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추모 공간을 둘러보며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적어 붙이거나, 1년 전 끔찍했던 이태원 참사를 회상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어린 딸과 함께 찾은 시민은 딸에게 압사를 설명하고 조심해야 한다며 안전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남편이 생각나 찾았다는 김수미(69, 여, 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작년에 남편과 사별했는데 20일도 안 지나 이태원 사건이 발생했다. 남 일 같지 않다”며 “남편 생각도 나고 이번이 1주기라고 해서 한번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너무 안타깝다. 이 좁은 곳에 몇백명이 죽었다는 게 무슨 일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한 시민은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작년에 여기서 너무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며 무서워했다.

친구와 함께 추모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는 오미진(여, 20대)씨는 “SNS에서 접했는데 너무 비현실적이라 아직도 믿겨 지지 않는다”며 “유가족이 제일 힘들 텐데 힘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추모 공간을 모며 “저기가 거긴가 보다” “조금만 빠져나갔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등 안타까움은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도 추모하기 위해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핼러윈데이 주말이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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